본문 바로가기
평론과 편린 사이/책

전쟁 ::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by 디어샬럿 2015. 8. 28.

 

 

 

 

 

 

 

--  "친한 친구로서 한마디 묻겠는데, 자넨 왜 전쟁에 뛰어들었지?" "왜?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어야 하나?" 게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이 말했다. "물론 난 위대한 자유파를 위해서 싸우고 있어." "싸우는 이유를 알고 있다니 자넨 참 행복한 사람이야." 그는 말했다. "그런데 내 얘기를 한다면 말이야, 난 그저 자존심 때문에 전쟁을 하고 있다는 걸 이제 와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어." (pp.151-152)

 

 

--  "자네는 너무나 군사정권을 미워하고, 그들과 너무 오랫동안 싸움을 하고, 그리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해왔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 못지않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어. 그토록 비참한 타락을 겪으면서까지 추구할 만큼 고귀한 이상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 (p.179)

 

 

--  전쟁의 덧없음을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은 게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이었다. … 비록 그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 할지라도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일이 없기는 했어도, 그의 말투에는 다른 한쪽에서 전보를 받는 사람이 첫마디에 당장 누구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유별난 친근미가 담겨 있었다. … 그러나 전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확대되어 가는 사이에, 그의 영상이 조금씩 비현실의 세계로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말은 개성을 잃기 시작했으며, 그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는 곧 무의미한 어휘로만 가득 찼다. 그래서 게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은, 다른 세계에 사는 낯선 이와 전신기의 키 소리로만 접촉하고 있다는 헛헛한 인상을 받으면서, 전보가 오면 잠자코 받고만 있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얘긴지 알겠다, 아우렐리아노." 그는 전보가 끝나는 순간이면 그렇게 키를 두드렸다. "자유파 만세!" (pp.181-182)

 

 

--  여러 해 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그에게 전쟁의 매혹에 대해서 자기가 경험한 사실들을 들어 설명했었다. 그는 대령의 얘기를 믿었었다. 그러나 군인들이 그를 쳐다보면서도 보지 못하던 순간에 그는 지난 몇 달 동안의 긴장과, 감옥의 비참함과, 역 앞에서의 공포와 시체를 가득 실은 기차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거짓말쟁이나 바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대령이 전쟁에 대해서 느낀 것을 단지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데도 왜 그토록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어야만 했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그 단어 하나는 '공포'였다. (p.347)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