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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작은 감탄

by 디어샬럿 2014. 7. 24.

 

 



 

 

 


  아빠께서 양파를 잔뜩 가져오셨다. 옹글종글 알이 작은 녀석들이다. 한 손에 쥐어도 쏙 들어와 자취를 감춘다. 지인의 텃밭에서 무농약으로 길러졌단다. 어쩐지...

  요즘은 마트에 가면 감자만한 양파들이 여 보란 듯 기세 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녀석들은 성긴 망을 우격다짐으로 당장이라도 비집고 나올 듯한 태세다. 웬만한 채소는 옆에 붙여놓으면 크기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사뭇 호전적이기까지 하다. 농약도 농약이지만, 대개가 GMO 식품이어서 요리할 때마다 영 께름칙하기도 하다. 채소마저도 크고 예뻐야 소비자의 간택을 받는 시대. 인간 욕심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모처럼의 아담한 양파는 그래서 기쁘다. 오랜만에 작은 접시에도 쏙 들어오는 양파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자그마한 이대로도 이렇게나 예쁜데. 자연은 이토록 작은 것에도 경이롭다. 작고 어여뻐서 고마웁다. 건강한 자연을 마주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고픈 저녁.

  한바탕 비가 쏟아지더니, 해질녘을 앞두고 뉘엿뉘엿 기울어지는 해가 얼굴을 드러냈다. 안을 볼 요량으로 잘랐지만, 일단 썰었으니 뭐든 만들어야지. 향도 달큰하여라. 새삼스럽지만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사진 무지랭이인 내겐 찍기만 해도 보정이 되는 카메라앱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나올까, 이리저리 뒤져가며 온갖 것을 눌러보는 나도 결국 타인의 시선과 내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임을 깨달으며.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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