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가장 사소한 것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 인간은 마치 회계 장부나 유언장처럼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전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념들이 그 사람의 두 뺨을 완벽하게 부풀리고, 거기에 완전히 부합하는 콧날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목소리 울림에 마치 일종의 투명한 봉투처럼 다양한 음색을 부여하며, 우리가 그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 관념들인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스완네 집 쪽으로'
'평론과 편린 사이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실의 발전 ::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0) | 2015.07.18 |
---|---|
<웃음과 망각의 책>, 밀란 쿤데라 (0) | 2015.07.18 |
<뿌리 이야기>, 김숨 (0) | 2015.07.03 |
<한 톨의 밀알>, 응구기 와 시옹오 (1) | 2015.06.23 |
<소립자>, 미셸 우엘벡 (0) | 2015.06.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