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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

<뿌리 이야기>, 김숨

by 디어샬럿 2015. 7. 3.

 

 

 

 

 

 

  “당신은 천근성 쪽일까?”

 

  어떤 포도농장들은 포도나무들 사이사이에 민들레나 토끼풀 같은 잡풀을 심기도 한다는 걸 그는 모르는 듯했다. 포도나무가 물을 얻으려 잡풀과 경쟁하느라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천근성인 포도나무 뿌리가 태생적인 기질을 거스르고 땅속 깊이 내리면 생산량은 줄어들지만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을, 수평을 지향하는 천근성 식물과 수직을 지향하는 심근성 식물을 밀식하면 뿌리의 모양과 성장 특성이 달라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심근성 식물만 심었을 때는 경쟁하듯 키 재기를 하면서 서로를 도태시킨다는 것을, 천근성 식물만 심었을 때는 영역을 더 차지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말려 죽인다는 것을.

 

 

 

- 김숨, <뿌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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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작. 읽은 지가 꽤 됐음에도 이 구절만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김숨 작가의 글로 처음으로 '인상'이란 걸 받은 게 아마 2012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작이었지 싶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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