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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

<소립자>, 미셸 우엘벡

by 디어샬럿 2015. 6. 23.

 

 

 

 

-- 형이상학적 돌연변이, 즉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세계관의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변화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아주 드물게만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기독교의 출현이 바로 그런 변화에 해당한다. 형이상학적 돌연변이는 일단 일어났다 하면, 이렇다 할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궁극적인 귀결에 이를 때까지 발전해 간다. 그러면서 정치·경제체제며 심미적 판단이며 사회적 위계질서를 가차없이 휩쓸어간다. 인간의 어떤 힘도 그 흐름을 중단시킬 수 없다. 그 흐름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형이상학적 돌연변이의 출현뿐이다. (pp.9-10)

 

 

 

-- 순수한 도덕은 유일하고 보편적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무엇이 거기에 부가되지도 않는다. 순수한 도덕은 역사,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떠한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아무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순수한 도덕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든 것을 결정하며, 무엇에 의해 조건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조건을 부여한다. 요컨대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도덕은 순수한 도덕의 요소들과 다른 요소들이 다양한 비율로 혼합된 것이다. 이 다른 요소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는 다소 불분명하지만, 대개는 종교에서 온 것이다. 어떤 사회의 도덕에서 순수한 도덕의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그 사회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어떤 사회에 보편적인 도덕의 순수한 원리가 충만하다면, 그 사회는 세상이 다할 때까지 존속하게 될 것이다. (pp.39-40)

 

 

 

-- 사실 사랑과 결혼이 견고하게 결합된 것은 그리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임금 노동자 계층이 점차 확산되고 1950년대에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예전의 중매결혼이나 정략결혼이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 그런 분위기 속에서 1950년대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랑에 빠지기'를 고대하였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촌락 공동체가 사라짐으로써 장래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범위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젊은이들의 갈구는 더욱 깊어 갔다. 이렇게 볼 때,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를 '연애 감정의 황금시대'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

 

  한편, 같은 시기에 리비도를 자극하는 대중문화(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마릴린 먼로의 영화)가 미국에서 들어와 서구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부부의 행복을 지원하는 도구인 냉장고나 세탁기와 더불어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레코드 플레이어가 널리 보급되고, 그에 따라 '청소년기의 불장난'이 하나의 행동 모델로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참된 사랑과 불장난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은 1960년대 내내 잠복해 있다가, 197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pp.61-62)

 

 

 

 

- 미셸 우엘벡, <소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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