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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11

살리에리와 나를 위한 변명 안부인사를 건네받으면 기분이 좋다. 나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타인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설령 대화를 위한 인사래도, 그건 그 나름대로 고맙다. "안녕"보다 한결 보드라워 당장이라도 포근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그럭저럭 지낸답니다. 어찌 지내세요? 되묻다보면 나 역시 그가 새삼 궁금하다. 정말 잘 지냈는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별일은 없는지. 하지만 달갑잖은 때도 있기 마련이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단 게 한눈에도 보이는, 혹은 일장연설을 위한 전초전으로서의 허울뿐인 안부인사 같은 것들. 적잖이 받아왔어도 역시 불편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의 신상을 둘러싼 이야깃거리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챌 땐 더 그렇다. 어딘지 날이 선 듯도 같고, 구설거리를 찾으려는 것도 같은. 받는 이의 곤란함을 의도적으로 .. 2014. 7. 24.
육개장이 뭐라고 텅 빈 냉장고를 떠올리곤 급히 저녁준비를 했다. 아침에 산 두부를 조리고, 잠자고 있던 애호박도 깨워 새우젓에 후루룩 볶았다. 번갯불에 굽듯 햄도 부치고 달걀도 후딱 말고 있는 반찬 몇 개 내니 얼추 모양새는 갖춰졌는데... 역시 한국인인지라 국이 없으니 허전하다. 마땅한 걸 찾다 냉장고 귀퉁이서 오늘내일 하던 콩나물을 발견. 양지머리를 사다가 육개장(경상도식 쇠고기국)까지 끓이고 나니, 그제야 뭔가 저녁밥상 같다. 국은 의외의 부분에서 신경이 쓰인다. 육개장만 해도 그렇다. 고추씨를 기름에 볶아 걸러내 고추기름을 짜는 과정도, 핏물 잘 닦은 양지머리를 적당히 삶아 우리는 과정도, 좀 번거롭긴 해도 별 건 아니다. 복병은 불이다. 이런저런 레시피에선 불에만 올려두면 다 끝난 것처럼 주부(!)를 독려하지만.. 2014. 7. 24.
첼로의 매력 새삼 첼로에 빠졌다. 중후하면서도 곧 부서질 듯 여리고, 투박하면서도 놀랍도록 섬세하다. 이율배반적인 음색이 영 사람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 연주자의 심장과 가장 맞닿아 있다는 이 악기는, 묘하게도 사람의 음성과도 가장 유사한 음파와 높낮이를 지녔다 한다. 들을 때마다 괜한 위안을 얻는 건 그 탓이려나. 오펜바흐 작곡, 재클린 뒤 프레 연주의 "Jacqueline's Tears". 침잠한 마음에 말없이 스며들어 눈물마저 어루만질 듯 애잔한 연주가 일품이다. 첼로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자, 이 이상의 연주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곡이기도. 어쩌면 비현실적이리만치 비참했던 그녀의 일생이 녹아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독 가슴을 울리는 건. (​2014.06.26)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