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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11

크리스마스의 콘서트 올해 저녁은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였다. 이란 이름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 디토 오케스트라에 클래식 보컬 그룹 로티니까지 합류한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 덕분에 근 2년 만에 예술의전당엘 와 봤다. 한창 다니던 5~6년간 본 적도 없던 형형색색의 조명이 여기저기서 떴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연말 공연을 본 적은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음악만큼이나 엄격한 무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D 덕에 생전 앉아본 적 없던 박스석을 차지한 것도 감격이라면 감격이랄까. 합창석 혹은 3층 꼭대기석을 피해 처음 앉은 객석 다운 객석이다. 여길 위해 두 달 전에 예매했다며, D는 수줍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차이콥스키 선곡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중 왈츠 파트. 모처럼의 실황이어선지.. 2014. 12. 27.
Splendor in the Grass - Pink Martini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무심결에 듣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만에 만난 멋진 곡이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별로 취향이 아닌데도. 꽉 채워지지 않은 일상으로 침투한 나른한 여유가 한껏 묻어나는 뮤직비디오. 왠지 모르게 넋 놓고 보게 된다. 보정감을 최대치로 올려 쨍쨍하기까지 한 색감이, 고즈넉하기까지 한 컷 하나 하나에 기가 막히게 스며들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간주부 악곡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 곡의 전반적인 모티프로도 쓰였다. 클래식을 이렇게도 재해석할 수 있다니. 시간을 건넌 선율이 이런 방식으로도 숨을 쉴 수 있구나 싶다. 음악이란, 예술이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마르타 아르헤리치.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 2014. 12. 23.
Oh, Captain! My Captain! . . . 영화 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이 곡을 휘파람으로 불며 등장한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오늘따라 유난히 구슬프게 들린다. 음 하나하나가 무게를 실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느낌이다. 빠른 템포도, 심지어는 이 곡의 메인인 장조풍 변조마저도. 너무나 아름다운 음률에 더 가슴이 아리다. 그토록 고운 음악을 남긴 차이코프스키도 평생을 우울증과 싸웠더랬다. 타인을 행복하게 했지만 정작 자신은 불행했던 인생들...이라니. 어딘지 잔인하단 생각도 든다. 하나 같이 따뜻했던 영화들이었다. 분명 마음자리가 넓은 사람이었으리라. 갑작스런 그의 부재로 새삼 지난 시간을 돌이키게 된다. 이런 소식에서야 그를 추억하는 알량한 기억을 탓하며. 그가 나온다면 믿고 봤다... 2014. 8. 12.
RIP, Maestro. 불현듯 그가 떠올랐다. 사흘 전 세상을 떠난 마에스트로. 음악도 인생도 거칠 것이 없었던 천운의 지휘자. 마젤은 5~60년대 혜성 같이 등장해, 이른 나이에 뉴욕필을 지배했다. 이 이상 그의 타고난 음악성과 카리스마를 증명할 이력도 더 없을 터다. 그의 인생은 현란한 음악적 성과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평가와 개인적 취향은 차치하고서라도. 생전 그의 음악을 그리 찾아듣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되레 내 타입이 아닐 때가 더 많았다. 특유의 과하다 싶으리만큼 빠른 템포 가운데서도 중량감은 다소 떨어지는 해석이 어딘지 이질스러웠다. 음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담는다기보단 낭창하게 뛰놀도록 내버려두는 느낌이랄까. 어떤 면에서는 약간 가벼운 감도 없잖았다. 무게 있는 곡에서는 영 힘을 못 쓰는 것 같은. ..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