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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7

대심문관 ::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트르 도스토옙스키 -- 이봐, 알료샤, 모든 인간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그 고뇌로써 영원히 조화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엇 때문에 어린애들까지 그 속에 끌어들여야 하느냐 말이야? 그걸 나한테 말해줄 수 없겠니? 무엇 때문에 어린애들까지 고통을 겪어야 하고, 그 고통으로써 조화를 보상해야 하는 건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무엇 때문에 어린애들까지 재료 속에 끼어들어 남을 위한 미래의 조화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거냐? (p.400) -- 광야에서의 첫째 물음은 바로 이런 뜻을 지니고 있는 거야. ...그것은 "누구를 숭배할 것이냐?" 하는 의문이지. 자유를 누리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괴롭고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는 한시 바삐 자기가 숭배할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인간은 .. 2014. 12. 29.
열한 번째 계명 :: <불멸>, 밀란 쿤데라 기자들은 질문이라는 것이 단지 손에 수첩을 들고 겸손하게 설문조사나 하는 그런 리포터의 작업 방식이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방식임을 깨닫고 있었다. 기자란 그저 질문을 던지는 자가 아니라, 아무에게나 어떤 주제에 관해서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신성한 권리를 지닌 자다. ... 기자의 권력은 질문을 던질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답을 요구할 권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이다. 부탁하건대, 모세가 정리한 하느님의 십계명 가운데 "거짓말하지 말라."라는 계명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라. 이는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거짓말 마."라고 말하는 자는 그 이전에 "대답하라!"라고 말했을 게 분명한데, 하느님은 타인에게 대답을 강요할 권리를 누구에게도 부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명령하는.. 2014. 10. 8.
<문단속 좀 해주세요>, 이청준 나는 일찍부터 나름대로 한 권의 자서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글로 씌어졌거나 서점에서 팔리는 실제의 책은 아니다. 마음속에 씌어져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런 식으로 쓰여지지도 않은 자서전을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사람이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엔 자신의 그런 자서전을 한 권씩 지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나 같은 주제에 건방진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결국 그 마음속의 자서전을 현실 가운데에서 실현시켜가는 과정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구국 성웅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을 자기 자서전으로 삼고 살아가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보다 좀 뭣하기는 하지만 오나시스 같은 거부나 카사노바 같은 바람둥이를 그 자서전의 모델로 삼아 살아갈 수도 있다. 페스탈.. 2014.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