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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11

호언장담의 유통기한 특별할 것 없는 휴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곧 비를 흩뿌릴 하늘을 아슬아슬 피해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졌다. 여차 했으면 흠씬 두들겨맞은 생쥐 꼴이 될 뻔했다. 혹시나 싶어 켠 TV에선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의 연장전이 한창이었다. 어젯밤 동생은 코스타리카의 승리에 내기를 걸었다. 네덜란드의 낙승을 장담했던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바로도 나바로지만, 다리에 쥐가 나도록 공을 쫓아가는 이름 모를 코스타리카 선수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체력이 떨어져 잔디에 푹푹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달리고 또 달리던 10명의 선수들. 정말이지 채널을 돌리기마저 미안한 투혼이었다. 호기롭게 내뱉은 말들이 무안해졌다. 비틀즈의 페퍼상사와 애비로드 앨범.. 2014. 7. 24.
Tomorrow Never Knows 같은 제목 다른 노래. 비틀즈의 Tomorrow Never Knows를 듣다 불현듯 생각났다. 타이틀만 같을 뿐이지, 가능성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전혀 다른 곡이다. 원 타이틀의 곡은 비틀즈의 1966년작 Revolver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비틀즈의 전-후기를 나누는 주요한 곡으로도 자주 언급된다. 이 곡을 쓸 무렵의 존 레논은 한창 LSD에 빠져 있었다. 그때의 환각 경험이 철학적으로 여과 없이 담긴 게 바로 이 노래. 요즘은 마약으로 분류된 지 오래지만, LSD는 1940~50년대까지만 해도 정신병리학에서 치료 목적으로 환자에게 투입한 사례가 있었다고. 특히 60년대엔 인간 내면의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마법의 약'이라 하여 지식인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통됐다 한다. 이론적으로 이를 증명하려는 움.. 2014. 7. 24.
시간을 달리는 편지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이 편지를 보냈다. 개구진 듯 맑은 눈이 인상적인 말리 소년 카림과, 벌써부터 미인의 기미가 보이는 네팔 소녀 루마다. 단체에서 조율한 건지 성별이 다른 두 아이와 결연이 됐다. 신기하게도 동갑내기. 사는 지역은 전혀 다르지만 소식지가 따로 온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아이들 편지가 단체에서 먼저 취합돼 후원자에게 보내지는 탓일 터다. 카림과는 3년, 루마와는 2년 반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어설픈 영어로 주고받은 편지도 어느덧 예닐곱 통. 또래임에도 상반된 성격이 편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같은 아이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다. 아마 남녀의 차이라는 부분도 있을 거다. 느낌이 완전히 다른 편지가 같은 우편에 묶여 올 때마다, 명도도 채도도 정반대인 두 색이 기묘하..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