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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6

심야 라디오의 여남은 시간 면접 이후부턴 온종일 라디오다. 아침 8시께부터 저녁 8시까지는 으레 틀어놓으니 정확히 반나절이다. 대개 전현무나 당아박으로 시작해 9시가 되면 김동규 아저씨나 김창완 아저씨 목소리를 듣다 11시발 씨네타운으로 오전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으며 최파타나 임백천 아저씨 라디오를 듣고, 2시 즈음이면 한동준 아저씨표 FM POPS로 어깨를 덩실덩실. 왕영은 언니(라 부르고 싶다, 이분은 왠지)나 오발로 오후를 나다가, 해질 즈음이면 저녁을 먹으며 어김없이 배캠을 듣는다. 철수삼촌의 끝인사 무렵 가족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라디오와 함께 한 하루도 저문다. 다들 좀 늦거나 혼자 있게 되면 음악공감이나 클래식 FM, 꿈음 정도 듣는 것 같다. 밤에 라디오를 듣는 일은 많지 않다. 타고난 올빼미족은 아니라 심야 라.. 2014. 12. 5.
어느 저녁 오랜만에 맞은 평범한 저녁이다. 오후께 산 가자미를 다듬어 미역국을 끓이고, 부추를 한 단 사다 국간장과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팍팍 뿌려 무쳤다. 간하지 않고 삶은 검은콩에 브로콜리와 양배추 그리고 생굴까지 내니 고기 하나 없이도 멀끔한 저녁 한 상 태가 난다. 풀밭 바다밭이지만 단촐하고 깔끔해 좋다. 으레 겪었던 속 더부룩함도 없다. 가공식품과 밀가루, 커피와 초콜릿 없인 못 살던 인생을 청산하고자 마음 먹은 지가 나흘 정도 됐다. 매일 아침을 열던 커피우유도, 배가 불러도 때깔에 눈이 돌아가곤 했던 빵도 완전히 끊은 지 아직은 불과 사흘째. 다이어트에 목매달며 끊자 싶을 땐 그렇게도 생각나더니, 목전에 건강을 두니 안 먹어도 이렇게나 살 만하다. 미각의 순간이란 이토록 찰나인 것을. 그 잠깐에의 탐닉에.. 2014.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