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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

애정이란 무엇인가 :: <홍까오량 가족>, 모옌

by 디어샬럿 2015. 6. 19.

 

 

 

  애정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모두 자신만의 해답이 따로 있을 터이다. 그 귀신 같은 애정이란 것은 무수한 영웅과 미녀들을 시달리게 했다. 할아버지의 연애 역사와 아버지의 범람한 애정과 나 자신의 창백한 애정의 사막을 근거로 삼아서 우리 삼대의 애정에 적합한 강철 같은 규칙을 연역해보자면, 미친 듯한 애정을 구성하는 첫 요소는 바로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며, 찔린 심장에서는 송진 같은 액체가 줄줄 흘러내린다. 그리고 애정의 고통으로 인해 위장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오고, 소장과 대장을 거쳐서 기름 덩어리 같은 커다란 대변으로 만들어져 신체 외부로 배출된다.

 

  잔혹한 애정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무정한 비판이며,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애를 쓴다. 생리적 리듬의 껍질과 마음의 껍질, 정신의 껍질과 물질의 껍질, 그리고 혈관과 근육과 꿈틀거리는 내장과 검거나 붉은 심장을 뽑아낸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은 모두 자기의 마음을 상대방에게로 내던지며 두 마음은 공중에서 부딪쳐, 분신쇄골이 된다.

 

  얼음 같은 애정을 구성하는 세 번째 요소는 지속되는 침묵이다. 차가운 감정은 연애하는 자들을 얼음덩이로 만들어서 먼저 찬바람 속에서 얼게 하고, 또 다시 눈 속에서 얼게 하고 나서 또 얼음이 얼어버린 강물 속에서 얼게 하며 나중에는 현대문명의 얼음 박스 속에서 얼게 하고는 돼지고기와 물고기를 얼려두는 냉장실에 걸어둔다. 그러므로 진정한 연애를 하는 이들은 모두 얼굴에 서리가 내린 듯하며 체온은 이십오 도, 이빨만 덜덜거릴 뿐 근본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말을 잊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벙어리 시늉을 한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미친 사랑, 잔혹한 사랑, 얼음 같은 사랑 = 위출혈+산 채로 껍질 벗기기+벙어리 되기, 이렇게 순환하면서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애정의 과정은, 선혈을 기름 색깔의 똥으로 만드는 과정이며, 애정의 표현은 피와 살이 애매해진 두 인간이 함께 드러누운 모습이며, 애정의 결과는 두 눈을 둥그렇게 뜬 허연 얼음이다. (pp.495-496)

 

 

 

- 모옌, <홍까오량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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