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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

<유독>, 황인찬

by 디어샬럿 2015. 1. 13.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 황인찬,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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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선 말과 큰 소리들이 오간 연 이틀을 겪고 나니 고운 말을 만나고 싶었다. 이름이 익은 이의 글이 나을 것 같아 모처럼 찾아봤다. 늘 그랬듯 멋진 글을 쓰시는 분이다. 하지만 시를 다시 찾아 읽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다. 그만큼 언어에 지쳐 있었나 보다. 하물며 말의 가시를 오롯이 안아야 했던 그들은 어땠을까. 유독, 말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 독하디 독하게, 유독...

 

  미안함이 남을 말을 말아야지. 못난 말을 말아야지. 말은 난 자리조차도 흔적이 남는다.

 

  만나서 다행이다.

  ...어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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