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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감사

기록해야만 하는 감사를 위해

by 디어샬럿 2023. 3. 19.

새해가 밝자마자 분주했다. 이 일을 하고서부터 쭉 그랬으니 어느덧 만 3년째다. 올해는 더 그랬던 것 같다. 또 한 번 중요한 순간에 마주한 헤어짐과 만남에 휩쓸릴 뻔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버텨냈다, 는 말이 적절한 조금의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서 시작된 날들. 세 번을 해 왔지만 여전히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그 날들을 보냈다. 어제로 77일째였다.

사람 때문이라는 말 외에는 더 형언할 길이 없는 날들이었다. 어떤 한계 앞에선 부끄러워 숨어버리고만 싶고, 더없이 실망스러운 순간들로 소비되는 나의 밤들엔 때로 정말 울고 싶었다. 욕심 탓이라면 탓일까.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뜯어고치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밤을 꼬박 새웠다. 마감일 3주 전부터는 이틀에 한 번씩 집에 갔고, 1주일 전엔 내리 밤을 새웠다. 더없이 무례하고 야속한 이들과 약간의 언쟁을 하며 마지막 날을 맞았고, 복통과 구역질과 어지럼증에 그날밤엔 응급실 신세를 졌다. 자주 뵙는 선생님께 또 한 소리를 들었다. 그러게요, 이게 뭐라고. 내게 주어진 게 뭐길래 나는 이렇게까지 달려야만 할까. 사실 그 순간엔 선생님의 핀잔도 귀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원망스러웠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매달렸지. 그냥 무시하고 그 꼴로 낸다고 누가 뭐라 한다고. 이런 변수도 생각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 꺽꺽 울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한 순간을 맞았다. 벌벌 떨며 울다 정말 통곡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너무나 감사한 순간, 을 맞았다. 꼬박 77일을 사람 때문에 울고만 싶었는데, 마지막 단 하루에, 인간이란 어느새 내게 '덕분'인 존재가 되었다.

병원에서 밤을 보내고 퇴원해 회사로 직행하며, 나를 지탱하는 고마운 분들에 대해 생각했다. 더없이 감사한 인연들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이 감사는 반드시 기록해야지. 평생 잊지 않아야지. 약 기운에 실수할까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 또 보며, 어느덧 또 자정을 넘긴 시간에 이젠 조금은 홀가분하게 집으로 가면서 다짐했다. 아직 끝은 아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감사해야지. 나의 부족함을 보듬어주시는 이 연들에 언제나 온 마음으로 진심으로 다해야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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