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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만취

by 디어샬럿 2018. 3. 14.

간만에 꽤나 취해 거처로 돌아가는 저녁이다. 이만치나 취했음에도 굳이 이 공간에 글을 남기고, 못다 읽은 활자를 마저 끝내고픈 마음이 드는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마음과, 이모저모한 감사함에 나름대로 달콤하게 마감하는 입사 2년차의 화이트데이. 툭툭 돋아오르는 만취의 만용을 꾹꾹 눌러담으며, 해장은 아이스크림으로나 해야겠다며, 모처럼 먹은 다이어트 다짐이 흩어지지 않게 내일은 바짝 조아야겠다며, 오후 내내 씨름했던 보도자료 속 3호선 안에서 취한 몸을 기대며 마감하는 하루. 평범하게 취한 어느 시간들을 읊을 내일을 잠깐 생각해보고, 공연한 넋두리에 조금은 부끄러워하며, 그나마 여기가 나만의 공간임에 아주 살짝 안심하며, 종점임을 알리는 로고송에 의례적이지는 않은 주의를 기울이며 흘려보내는 어느 하루. 챙겨주신 마음들에 하나하나 감사하며 보내고픈 어떤 시간들이, 달큰한 소주 냄새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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