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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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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샬럿 2016. 9. 17.


막 잠이 들려 한 새벽이었다. 실눈을 뜨고 화면을 켠 나는 이내 허리를 곧추세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새 정자세를 하고 그 활자들을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심장에서 출발한 진파가 어느덧 목울대까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목구멍이 울컥울컥 울렁였다. 애써 숨을 들이킨 후 답신을 보냈다.

잘 지내, 너는?

이 한 마디 겨우 보내려 300초의 시간을 곱씹은 나를 알까. 전자시계의 초가 변해가는 숫자를, 마치 수를 처음 뗀 아이처럼 하나 하나 들여다 본 나를 과연 알까. 마지막 인사까지의 1500초를 오롯이 자모 한 자 한 자 읽고 또 읽으며 보냈다는 걸, 알 수나 있을까. 어느 한 구석이라도 내 마음과 같다면 하고 서툴게 바라는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열없는 나 대신 안부를 물어오는 네가, 그처럼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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