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론과 편린 사이/음악

기분 좋은 생경함

by 디어샬럿 2014. 7. 24.

 

 

 

 

 

 

 

  우연히 본 라디오스타에서 마이클잭슨 노래를 듣는 호사를 누렸다. 젊은 마이클의 경쾌한 음성과 함께 터지는 MC들의 탄성이, 반가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그를 좋아하게 된 후의 절반 이상이 음지에서의 시간이었던 때문일 거다. 마이클잭슨 좋단 말을 누구에게도 섣불리 할 수 없었던.

  내가 그의 음악에 매료되기 시작한 때는 하필 그를 둘러싼 두 번째 송사로 온통 시끄러울 무렵이었다. 온갖 악의적인 소문과 추측들이 횟빛 의심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돌이켜보면 필요 이상으로 모두가 잔인했던 시절. 엄청난 인기가 무색할 정도로 무섭게 돌변한 조롱과 갖은 비난 속에서 그의 음악을 좋아해도 되는지조차 고민이 됐다. 언젠가 책상에 올려둔 그의 앨범을 보곤 누구 것인지 묻던 친구의 얼굴에서, 마이클잭슨 이름 다섯자를 듣고 떠오른 묘한 표정을 보고야 말았다. 그때부턴 눈길 닿는 곳에 그의 앨범을 한 번도 꺼내본 적이 없다. 그의 음악은 내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둘러진 철저한 비밀의 영역이었다.

  다시금 그에게 환호하고 애절해하고 그를 엄청나게 좋아하노라고 말하는 '공개된' 모습들은, 사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은 열없어지는 데가 있다. "요즘은 마이클잭슨 노래를 다시 듣고 있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가벼운 감탄사와 함께 "마이클잭슨 좋지"라는 화답을 듣는다니.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성형이니 슈퍼박테리아니 백인이 되고 싶어한 흑인이니 따위를 묻던 때엔 생각조차 못하던 장면이다. 의아한 얼굴과 뜨악한 한숨을 직격으로 마주하는 일도 없다.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언제나 그랬다는 듯. 언젠간 익숙해지겠지만, 이 생경한 풍경이 내심 기쁘다.

  다 끝나가는 마당이지만 브라질월드컵을 기념​(?)하며 They Don't Care About Us 브라질 빈민가 버전 뮤직비디오 한 편. 날것의 삶에 스며든 최소한의 연출이 돋보인다. 부자연이나 인위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한 생동감이 포인트.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곡임에도 즉흥연주의 흥겨운 리듬에 자연스레 동화되는 모양새가 신기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당장이라도 살아돌아올 듯 리듬 타는 마이클잭슨. 난 수용소 버전보다 이게 더 좋더라. 간만에 가슴 벅차오르는 밤 치고는 꽤 과격한 선곡이네.

 

 

 

 

 

  ...이왕 이런 김에 같이 보는 수용소 버전. 사실 곡 자체의 메시지와는 이게 더 잘 어울리긴 하다. 인종차별, 개인을 향한 사회와 국가의 억압과 폭력 등을 영상으로 여과없이 드러냈다. 좀 더 남성적인 느낌도 강해서, 팬들은 대체로 이 버전을 더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흐름상 탈옥한 마이클잭슨이 브라질 빈민촌에서 자유를 외친다는 맥락인데, 보다시피 그만 슈퍼스타 마이클잭슨을 인증한 뮤직비디오가 되고 말았다는 후문.

 

 

(2014.07.10)

 

 

 


'평론과 편린 사이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RIP, Maestro.  (0) 2014.07.24
관록의 발라드  (0) 2014.07.24
Will you be there?  (0) 2014.07.24
Tomorrow Never Knows  (0) 2014.07.24
열일곱의 위안  (0) 2014.07.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