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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학6

<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럴 오츠 다도(茶道)에서 잘 우린 차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몇 번을, 얼마나 우려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째로, 1분 30초 가량 우려낸 차가 가장 이상적이다. 첫물은 향은 진할지언정 맛이 텁텁하고, 세 번째에 이르면 맛과 향이 약해져 차의 느낌이 덜해진다. 적절한 횟수, 적당한 시간을 지킨 차야만이 제 풍미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는 셈이다. 문학에서 '가족' 소재를 굳이 비교하자면 차를 우려내는 작업과 같다. 흔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 설익은 이야기는 이도저도 아닌 길로 흐르기 쉽고, 과용하면 딱 클리셰 되기 좋다. 그러나 이상적인 영역에만 들어온다면, 가족 이야기만큼 수용자의 마음을 쉽게 끌어당기는 주제도 없다. 최고의 문학작품 중 하나라 칭송되는 역시 엄밀히 말하면 가족 이야기다. 이 .. 2015. 7. 25.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 “중위님, 중위님이니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는 걸 잘 압니다. … 이 세상에 전쟁만큼 나쁜 건 없습니다. 앰뷸런스 부대에나 근무하는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나쁜지 전혀 모르죠. 사람들이 얼마나 나쁜지 알게 되더라도 멈추도록 수를 쓸 수도 없고요. 그렇게 되면 모두 미쳐버리고 말 테니까요. 그중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병사들도 있어요. 장교들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전쟁이 일어나는 건 그런 작자들 때문이죠.” (p.22) -- 신성이니 영광이니 희생이니 하는 공허한 표현을 들으면 언제나 당혹스러웠다. 이따금 우리는 고함 소리만 겨우 들릴 뿐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빗속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또 오랫동안 다른 포고문 위에 붙여 놓은 포고문에서도 그런 문구를 읽었다. 그.. 2015.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