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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감사

오로지 그뿐

by 디어샬럿 2019. 4. 6.

나쁜 버릇이 도졌다. 공연한 생각으로 또 못난 면을 드러낼 뻔했다. 이따금 남, 혹은 나와는 크게 관계 없는 상황에 천착할 때가 있는데, 괜한 마음으로 산란한 시간을 맞고 후회하는 건 결국 다 내 몫이었다. 그토록 스스로를 고질적으로 괴롭혀 온 버릇이건만, 지친 심신으로 느슨해진 경계를 뚫고 못난 것들이 또 불쑥 고개를 내민 하루였다.

그럴 수 있다. 그런 날도 있다. 단지 그뿐이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나를 챙기신 마음들에 더 집중할 일이다. 고작 두어 번 불린 타인보다 두어 시간 새 몇 번이나 불린 내 이름에 담긴 애정에 더 마음을 기울일 일이다. 무심한 듯한 말투 뒤로 얇게 펴발린 걱정과, 차마 모로도 볼 수 없었던 미안함과, 복잡한 마음들을 딛고 기울인 나름의 배려에 눈을 돌릴 일이다. 오로지 나 자신과, 나를 보듬어주시는 소중한 생각들이 진심을 다해 감사할 일이다. 새로운 시간 이후 하루하루 감사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이 축복 같은 날들에 온 힘을 다해 사랑을 보내고, 끊임없이 다독여주시는 언어들과 진심들에만 신경을 쓸 일이다. 단지 그뿐인 것을.

공연하고 불확실한 타인의 것보다는 당연하고 확실하게 내게 주어진 이 아름다운 시간들과 인연들에 힘을 쏟아야지. 삶이 내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주고 있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적당한 온도로 들어와 내 생을 데우고 있다. 미지의 무언가조차 결국은 내 우주의 밀도를 더해주었다. 틈새마다 쏟아지는 이 모든 것들 덕에 늘 배우고 사랑할 수 있는 생을 살고 있다니, 나는 정말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주어진 것에 미처 다 감사하기도 전에 또 다른 감사한 것들이 찾아온다. 하나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는 이 순간들을 새삼 떠올리다 웃고, 채 챙기지 못한 과거의 감사함을 돌이키며 울컥 울곤 하는 요즈음. 나를 지켜주고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들을 사랑하기에도 이만큼이나 부족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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