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순간에 충실했을 뿐인데- 라는, 어느 노래 가사였던가 누군가의 합격수기였던가,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억 속 어떤 이의 말이 요즘처럼 와 닿는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나름대로 벼르던 책을 손에 넣고서, 잠시라도 눈을 떼야만 하는 순간이 아까워 걸으면서도 낱장을 넘기던 그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게걸스레 흡입하며 생각했다.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힘인지.
책을 손에 넣자마자 문구점에서 까만 펜 두 자루를 샀다. 어디에 무엇을 조금 더 쓰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더 충실하게 나의 순간들을 끌어안기 위해. 나의 시간들을 마냥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 이 시간들을 언어들로 조금이나마 새겨두기 위해. 언젠가 나의 나날들을 뒤적일 때, 조금이라도 더 충실하게 그 시간들을 떠올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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