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 있는 어떤 이름들에서 이제 더는 급작스런 두근거림을 느끼지 않게 됐다. 또 다른 이름으로 잊게 된 것도 아니고, 느닷없는 사건(이라 표현하기엔 지나치게 따뜻한)으로 지워지게 된 건 더더욱 아닌데. 옅어졌다. 내 시간들을 꾹꾹 누르고 때로는 맹렬히 할퀴기도 했던 이들이니 흔적이야 남았지만, 이제는 그 이름들을 보아도 그저 그런 자욱 정도로 그치는 느낌이다.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면 쑤욱 다시 차오르는 살갗처럼.
하필 이렇게 붙냐, 보면서 조금 웃었다. 이름순 나이순 사건발생순 그 모든 순서를 정확히 지키며 위아래 사이 좋게 배열된 어느 이름들. 이제 더는 내 심장이 쿵쿵 부딪어 오지 않는 이름들. 울대까지 올라오는 진동에 눈길을 피하게 만들었던,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대면할 수 있게 된 자모의 결합. 한때는 그 문자의 조합을 소리의 영역으로 변환시켜보는 것만으로도 못 견디게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도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게 됐다. 그런 당신들의 가장 대표적인 증명의 기록이 나란히 선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났다. 보니까 좋으네. 잘 지내죠?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내일은 그곳에 찾아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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