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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

<절망>,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by 디어샬럿 2016. 8. 23.



인간은 평생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존재가 아닐까.

이 책을 읽고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나와 같은 이가 존재한다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의뭉스런 궁금증으로 다가온다. 진짜로 존재할까 싶은 묘한 호기심, 그러면서도 진짜로 존재하면 어쩌지 싶은 공포 따위의 것들. 수백 년 문학의 역사에서 '분신'이란 소재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은 것도 어쩌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은 존재로써 나를 알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 닿아있는 지점이, 바로 '분신' 모티프인 것이다.

나보코프의 <절망>은 분신에 관한 이야기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렇다. 자신과 똑 닮은 (것이라 생각하는) 이를 통한 완전범죄를 꿈꾸는 한 예술가의 심리를 현란한 언어로 그려낸 소설. 대표작 <롤리타>에서 여지없이 드러낸 그만의 천재성이 번뜩이는, 어딘지 오만해도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문장은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빛난다. 독자를 농락이라도 하듯 흩뜨려놓은 복선과 중의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게르만의 '절망'이란, 과연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읽을 적마다 달라지는 그 근원을 찾아가는 묘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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