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블랑 에 누아(blanc et noir). 다크초코와 화이트초코크림으로 만드는 케익인데, 이름은 '검정과 하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둘이 순서가 뒤바뀌었던가. 제누아즈까지 초코 범벅이라 그야말로 초코천지. 하지만 의외로 크게 달지 않다. 초코 특유의 절제된 단맛이 딱 기분 좋을 정도로 혀끝을 감아오는데, 그 감각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발렌타인 기념으로 만들었는데, 손이 많이 가서 두 번 만들어볼 용기는 감히 들지 않더라는 전설이.
#25 빠네파스타. 시간이 좀 지나서 사진으로 남겨놔선지 즙이 빵에 다 흡수됐다. 빠네파스타 요리에서 가장 힘들었던 과정은 마뜩한 빵을 구하는 거였다. 시중 빠네처럼 큼직한 게 없어 급한 딴에 비슷한 걸 속만 파내 빠네그릇으로 썼다. 빵과 크림의 조합이니 맛은 없을 리가 없고.
#26 섭산적. 소고기를 잘게 다져 무려 석쇠로 구워냈다. 위에 얹은 하얀 가루의 정체는 잣 간 것. 이런 정성을 들인 이유는 오직 하나, 한식조리기능사 대비였다.
#27 한우크림파스타. 제사 지내고 남은 산적이 있어 크림파스타에 활용했다. 고기는 어딜 끼워넣어도 맛있다.
#28 수제빼빼로. 대가 되는 저 과자까지 수제로 구워냈다. 알록달록 빼빼로들은 누구 입으로 들어갔을까요? ...
#29 냉파스타 혹은 안주파스타(?). 데친 펜네와 볶은 채소 및 새우를 차갑게 식혀 안주로 먹기 좋게 만들었다. 냉파스타 조리법을 그대로 따른 건 아닌지라 냉파스타라 함부로 이름 붙이기가 겸연쩍다. 어디서 속이 잔뜩 상해 들어온 동생을 위해 만들었는데, 맥주와 먹으니 환상적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30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맛 내기가 꽤 힘들었다. 서너 번 깨나 익히고 나니 맛이 좀 잡혔다.
#31 애플타르트. 2013년 5월께였던 걸로 기억한다. 부사가 어찌나 알이 잘 나왔던지,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필링도 데코도 온통 사과. 알이 워낙 달아서 설탕도 별로 안 넣었다. 저기서 필링만 조금 덜 익히면 딱 애플파이.
#32 약밥, 혹은 약식. 외할머니는 전통약식을 잘 만드셨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약식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의 엄마가 어깨너머로 봤던 조리법을 그대로 전해 듣고서, 엄마 생신에 맞춰 요리했던 기억이 난다. 캐러멜 색소 같은 것도 하나 안 쓰고 전통찜기에 담아 반나절 넘게 뒤적이며 쪄 냈다. 분명 그 맛이 아닐 텐데도 엄마는 외할머니 맛이 난다며 기뻐하셨다. 뭉근히 마음이 아렸던 기억으로 남은 요리다.
#33 시계방향으로 건새우 어묵볶음, 잔멸치볶음, 깻잎장아찌, 다 뭉개진 달걀말이. 잔멸치 속 투박한 알들은, 모르긴 몰라도 밤이었을 거다. 제사 지내고 생밤이 많이 남아 여기저기 넣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나쁘진 않았지만, 멸치엔 역시 아몬드지.
#34 오므라이스. 모양이 잘 잡혀 뿌듯한 마음으로 사진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소스는 시판이 아닌 수제. 간장에 설탕 넣고 맛술 좀 넣어서 조렸을 거다.
#35 너는... 빵이니? 빵이라고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 이스트가 도무지 부풀지를 않았다. 아이 민망해.
#36 모듬 전찌개. 으레 제사나 차례 한 번 지내고 나면 전이 항상 남는다. 먹다 먹다 안 돼 우르르 넣어 찌개로 끓였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래도 웬만하면 전 차원에서 다 먹는 걸 추천.
#37 참가자미 조림. 구워먹고 국에 넣어 끓여먹는 게 어딘지 물려서 간장에 조려봤다. 간장양념에 양파를 갈아넣으니 굴소스 느낌의 맛이 나는 게, 향도 일품이다. 상당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
#38 초코 크링클 쿠키. 이거 정말 맛있었다. 초코와 슈거파우더의 만남인데 하긴, 맛 없을 리가 없지.
#39 치즈떡볶이. 떡국용 떡이 처치곤란 수준에 이르면 떡볶이로 요리해버릇 한다. 하필 미국산 슬라이스 치즈가 엄청나게 남아서, 다 비워버릴 겸 우르르 넣고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치즈떡볶이가 다 그렇듯, 맛있었다.
#40 양송이 카레오므라이스. 이거 정말 맛있었다. 대신 카레 간이 있으니 오므라이스 밥은 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41 쿠키앤치즈케익과 초코아이싱쿠키. 연말기념으로 만들었다. 둘 다 딱 기분 좋을 정도로 달고 부드러웠다. 아이싱은 색을 안 섞어서 그런지 의외로 시간이 정말 안 걸렸다. 참, 이 치즈케익은 가열이 아닌 냉각 방식으로 만들었더랬다.
#42 탕수육과 양념치킨. 하나는 일반 소스, 하나는 짜장 소스로 만들었다. 아무리 짜장이 맛있대도 탕수육은 역시 새콤달콤한 케첩소스라는 진리를 새삼 깨친 경험이었다. 양념치킨은, 시간과 노동을 생각하면 그냥 시켜먹는 걸로.
#43 파인애플 제육볶음. 남는 통조림 파인애플을 몽땅 들이부었던 기억이 난다. 파인애플은 돼지고기의 연육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보통 돼지엔 사과나 파인애플, 소엔 배를 넣는다. 어쨌든 돼지 요리를 할 땐 파인애플이 일품 궁합!
#44 해물찜. 너무 많이 남아 숨이 간당간당하는 해물을 모조리 넣어 쪄냈다. 본의 아니게, 한밤의 맥주파티를 벌였다.
#45 화전. 익반죽한 찹쌀에, 제사 지내고 남은 대추와 쑥갓을 이리저리 활용했다. 물과 설탕을 1대1 비율로 녹인 시럽까지 부어주면, 빵 부럽지 않은 멋진 후식이 된다. 봄에 진달래 따다 화전을 해도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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