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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극장만상3

깨고 싶지 않은 꿈, <라라랜드> 어느덧 작년이 되어버린 연말에 동생과 봤다. 내리 두 번을, 본인 얘기론 저번에 이어서 또 울면서 봤다는 동생 앞에서 뭐라 말해얄지 몰랐다. 예쁘고 여운이 남는 영화긴 한데 그 정도인가. 그렇다고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채우며 열변을 토하는 애호가 앞에서 애먼 말을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골라내듯 묘사하고 뜯어내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나는 눈을 내리깐 채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겨울 공기가 내려앉은 보도블럭이 유난히 부얘보였다. 올해는 그래도 얘들이 배를 다 드러내는 일은 없구나. 참 매정하게도, 나는 감격이 스며들어 한 톤 높아진 동생의 목소리를 귓전으로 밀어낸 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번이나 영화에 대해 몇 자 남겨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금.. 2017. 2. 3.
평론의 무게 2015년 첫날 영화 두 편을 봤다. 어떤 의미에서든 요사이 가장 회자되는 작품들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평단의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확실히 플롯이 상투적이고 한정적이다. 영화를 구성하고 평가받게끔 하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있기 마련. 그러나 스토리의 진부함은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작품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다. 흔한 소재나 빈약한 플롯을 안은 영화란 토대가 부실한 건물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가 단단해지지 못한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영화에서 일찌감치 제외된다. 둘 중 하나는 '빤한 이야기'의 골조에 각종 장치들을 여기저기 덧대고 메운다. 남은 하나는 한계를 안고 담백하게 가는 방식을 택한다. 하나는 뻔한 재료에 조미료를 잔뜩 가미해 그럴 듯하게 요리했고, 다른 하나는 뻔한 재료의 잔잔한 맛도 음미해.. 2015. 1. 2.
크리스마스의 콘서트 올해 저녁은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였다. 이란 이름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 디토 오케스트라에 클래식 보컬 그룹 로티니까지 합류한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 덕분에 근 2년 만에 예술의전당엘 와 봤다. 한창 다니던 5~6년간 본 적도 없던 형형색색의 조명이 여기저기서 떴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연말 공연을 본 적은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음악만큼이나 엄격한 무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D 덕에 생전 앉아본 적 없던 박스석을 차지한 것도 감격이라면 감격이랄까. 합창석 혹은 3층 꼭대기석을 피해 처음 앉은 객석 다운 객석이다. 여길 위해 두 달 전에 예매했다며, D는 수줍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차이콥스키 선곡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중 왈츠 파트. 모처럼의 실황이어선지.. 201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