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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2

비극 한가운데, 비극 : <시학>, 셰익스피어 그리고 <모비 딕> 대학교 2학년 때 연극학과 수업을 들었다. 자유전공이었다. '서양고대연극사'라는 과목이었고, 학기 내내 아리스토텔레스의 을 읽는 커리큘럼으로 진행됐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우리학교 연극학과는 연기 전공과 연출 전공으로 나뉘어 있었다. 수업은 거의가 연출 전공 쪽 학생들이었다. 나와 내 친구는 (확실히)전무(아마도)후무한 타과생이었다. 교수님은 여러 학교로 출강을 다니시는 다소 젊은 분이셨다. 양 볼이 꺼지고 턱이 조금 내려온 얼굴의 위에 붙은 형형한 눈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말씀이 많은 분이셨음에도, 말 많은 사람들의 흔한 단점이자 약점인 쓸데 없는 말만은 신기하게도 거의 하지 않으셨다. 범람하듯 터지는 그 많은 말 모두에 고밀도의 지식이 걸쭉히 들어차 있었다. 언어 하나하나.. 2017. 2. 13.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3~4년 전 읽고 정리해 둔 것. 대학 입학하고서 호기롭게 집어들고선 턱턱 막히는 독해 호흡에 한껏 좌절했던 풋내기 스물의 단상이, 에 대한 첫 기억이다. 부작용이었던지, 이후 한동안은 철학을 미지의 세계처럼 여기게 된 적이 있었다. 다시 읽기까지 6년께 걸렸으니 모르긴 몰라도 두려움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별 것 아닌 단어들이 빚어내는 견고한 체계는 여전히 녹록잖지만, 실로 매력적인 세계다. 시간을 뛰어넘는 통찰에 감탄도 해 가며 밑줄도 긋고 책 귀퉁이도 열심히 접어올렸더랬다. --- 1. 우리가 추구하는 좋음과 행복 -- 목적들은 명백히 여럿인 것으로 보이고, 우리는 이 목적들 가운데 어떤 것은 다른 것 때문에 선택하기도 하므로―예를 들어 부(富), 피리, 그리고 일반적으로 도구들의 선택.. 2015.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