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1 러시아식 서정, 리히터의 '이 한 장의 음반' 어느 때건 유난히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봄에는 비발디를 찾게 되고 가을이면 브람스가 그리운 것처럼. 겨울, 특히 이 무렵은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계절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알알한 연횟빛 겨울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생각이 난다. 일상의 틈으로 옛 러시아 작곡가들의 멜로디가 예고 없이 흘러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 창창한 날조차도 씁쓸한 쓸쓸함이 맴도는 이맘때의 대기 같다고 할까. 낭만파의 마지막 수호자 내지는 최후의 낭만의 기수라 불리는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이들의 음악은 화려하면서도 투박하고 섬세하면서도 둔중하다. 그 미묘하고도 야릇한 낭만으로 건조한 날들을 축이는 게, 요즘의 작은 사치다. 리히터의 차이코프스키-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시리즈는 여러모로 '단 한 장'의 .. 2015. 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