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하모닉1 운명이다 요 며칠 출퇴근길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듣고 있다. 이른바 으로 더 잘 알려진 바로 그 곡. 나는 카라얀의 지휘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건 몰라도 베토벤 5번만은, 적어도 내겐 카라얀이 압도적이다. 베를린필의 육중하면서도 둔중하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연주도 일품. 내달리는 듯한 속도감에도 음률 하나하나에 세심함을 기할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이 곡만큼이나 내 운명의 향방도 참 모를 일이라는 까닭 모를 기분이 들곤 한다. 숨통을 조여올 것 같던 운명의 아귀가 돌연 등을 토닥이는 응원의 손길로 변하는 것 같은 느닷없는 변환에 또 한 번 힘을 얻는 일상의 순간들. 부제 때문인가, 이 곡엔 장면이 덧입힌다. 생의 마지막에 반듯이 누운 채로 하.. 2019. 9.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