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나다운것1 어느 날 라디오가 내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당연했던 걸까. 간신히 버틴 하루가 어깨 위로 가차없이 무너져내리는 일상의 끝. 견고히 두른 무심함 사이로 순간순간 날을 들이미는 울화와 설움을 꾹꾹 참으며 라디오를 켰다. 배캠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한때는 내 나날의 끝을 알리던 프로그램이었다. 그게 벌써 십육칠년 전 이야기다. 가장 마지막으로 들은 건 아마도 작년 말. 시간을 뛰어넘어 만난 배캠에선, 김영하 작가의 약간 더 결이 곱고 조금은 더 가벼우며 미지근한 속도감이 단어마다 뒤따르는 특유의 목소리가 배철수 아저씨의 느긋한 음성을 대신하고 있다. 철수 아저씨의 휴가를 메우기 위한 스페셜 DJ가 됐다며,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그의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문득 털어놓고 싶었다. 무장해제 상태로 튀어오르려는 감정의 생니들이 혹여나 잇자욱을.. 2019. 8.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