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리1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연(緣)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라고, 피천득 작가는 인연을 이른 적이 있다. 사람 사이만 그런 것은 아니다. 경험, 장소, 심지어는 문장 몇 줄에까지도 '아니 만나는' 편이 어쩌면 더 좋았을 연이란 게 있다. 안타깝게도 이, 내게는 그런 소설이 돼 버렸다. 열여덟 즈음이었나. 를 처음 읽었다. 쉴 틈도 없이 한 권을 내리 달렸다. 전율이랄까 충격이랄까. 이런 책이 다 있구나 싶었다. 간단히 이르자면, 6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을 6살배기 루이즈 진 핀치의 짓궂지만 더없이 순수한 눈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아이의 시선을 빌려 너무 무겁지 않고도, 외려 그렇기에 흑백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비춰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백인 동네의 멸시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정의를 지켜가는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 2016. 8.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