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올해의 책1 비인간의 기록 : 편혜영, <재와 빨강> 편혜영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 못 되었다. 굳이 가르자면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글엔 될 수 있는 한 호오를 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임에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소설을 접한 지가 벌써 3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그마저도 이상문학상 수상집으로였고, 단행본으로는 10년 전의 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작가의 글은 소위 취향을 탔고, 안타깝게도 나는 그 배에 승선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당시의 나를 질겁하게 했다. 편혜영의 소설 속 도시들은 하나 같이 위태로웠고, 인간은 가장 초라하고 추악한 모습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 던졌다. 가뜩이나 비위도 약한 나는 그 소설들을 견뎌내질 못했다. 꾸역꾸역 읽다가, 인간을 저며 모조리 통조림에 넣어버린 어느 소설에선 책장을 덮고 헛구역질을 했.. 2017. 2.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