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1 개와 늑대의 시간 ::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벌써 땅거미가 지는군. 영빈은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는 소리를 이렇게 돌려 말하곤 했다. 그러면 현금은 아니야, 지금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맞받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불문학자의 글에서 읽은 건데 불란서 사람들은 해가 지고 사물의 윤곽이 흐려질 무렵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대. 멋있지? 집에서 기르는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낯설어 보이는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이라나 봐. 나는 그 반대야. 낯설고 적대적이던 사물들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친숙해지는 게 바로 이 시간이야. 그렇게 반대로 생각해도 나는 그 말이 좋아. 빛 속에 명료하게 드러난 바깥세상은 사실 나에게 만날 만날 낯설어. 너무 사나워서 겁도 나구, 나한테 적의를 품고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서 괜히 긴장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구.. 2015. 7.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