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의 팡세>, 에밀 시오랑 "신념이 확고한 인간에게는 문체가 필요없다. 말을 잘하려고 걱정하는 것은 신념 속에 잠들 수 없는 인간이나 갖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이다. 기댈 수 있는 굳건한 것이 없으므로, 그들은 현실의 겉치레에 불과한 언어에 매달린다. 그러나 신념이 확고한 인간들은 현실의 겉치레를 무시하고 자발적인 언어 속에 편안하게 안주할 수 있다." - 에밀 시오랑, --- 는 생각날 때마다 읽는다. 단문들로 구성된, 이를테면 잡문집 같은 거다. 잡문집이라기엔 말이 품은 독이 꽤 세다. 으레 '문집'이랄 게 주는 알록달록함과는 거리가 멀다. 독설집이라고 해야 더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것도 허무와 회의에 대한 옹호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세상의 모든 통념을 후벼파기로 단단히 작정한 독설이다. 유려한 문장까지 겹쳐지니, 거의 반.. 2014. 8. 14. <문단속 좀 해주세요>, 이청준 나는 일찍부터 나름대로 한 권의 자서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글로 씌어졌거나 서점에서 팔리는 실제의 책은 아니다. 마음속에 씌어져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런 식으로 쓰여지지도 않은 자서전을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사람이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엔 자신의 그런 자서전을 한 권씩 지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나 같은 주제에 건방진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결국 그 마음속의 자서전을 현실 가운데에서 실현시켜가는 과정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구국 성웅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을 자기 자서전으로 삼고 살아가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보다 좀 뭣하기는 하지만 오나시스 같은 거부나 카사노바 같은 바람둥이를 그 자서전의 모델로 삼아 살아갈 수도 있다. 페스탈.. 2014. 8. 14. 희망의 다큐, 희극의 다큐 [허핑턴포스트] 내가 EBS 국제다큐영화제를 보이콧 하는 이유 (박문칠 다큐멘터리 감독) http://www.huffingtonpost.kr/emmanuel-park/story_b_5670312.html?utm_hp_ref=korea [허핑턴포스트] EBS는 팔레스타인의 '절망'을 밟고 '희망'을 이야기하려는가 (김태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http://www.huffingtonpost.kr/teon-kim/story_b_5670350.html?utm_hp_ref=korea "한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 중 하나인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EIDF)가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으로 특별전을 기획한다는 소식을 최근에 접했다. 이스라엘 다큐계 인사들을 초청하여, 선진적인 다큐멘터리 생태계에 대해.. 2014. 8. 14. Oh, Captain! My Captain! . . . 영화 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이 곡을 휘파람으로 불며 등장한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오늘따라 유난히 구슬프게 들린다. 음 하나하나가 무게를 실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느낌이다. 빠른 템포도, 심지어는 이 곡의 메인인 장조풍 변조마저도. 너무나 아름다운 음률에 더 가슴이 아리다. 그토록 고운 음악을 남긴 차이코프스키도 평생을 우울증과 싸웠더랬다. 타인을 행복하게 했지만 정작 자신은 불행했던 인생들...이라니. 어딘지 잔인하단 생각도 든다. 하나 같이 따뜻했던 영화들이었다. 분명 마음자리가 넓은 사람이었으리라. 갑작스런 그의 부재로 새삼 지난 시간을 돌이키게 된다. 이런 소식에서야 그를 추억하는 알량한 기억을 탓하며. 그가 나온다면 믿고 봤다... 2014. 8. 12. 묵은 노래의 행복 Such a feelin's comin' over me There is wonder in most everything I see Not a cloud in the sky, got the sun in my eyes And I won't be surprised if it's a dream Everything I want the world to be Is now comin' true especially for me And the reason is clear, it's because you are here You're the nearest thing to heaven that I've seen ** I'm on the top of the world lookin' down on creation And the on.. 2014. 8. 11. 달을 기다리며, 月光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억들이 있다. 오늘의 킨키키즈가 그랬다. H의 연락을 받고서 갑자기, 오랜만에 들어보고 싶어졌다. 몇 번이나 듣고 봤던 거지만 감회가 새롭다. 한창 좋아하던 시절의 기억이 남은 탓인지 최신 영상이라 생각했는데 정식 데뷔 10주년, 2007년 이맘때보다 2주 정도 빨랐던 때 무대다. 벌써 7년 전이다. 문득 느껴지는 시간의 너울에 몸서리 친다. 정말로 시간이 빠른 건지, 이럴 때만 느끼는 내가 둔한 건지. 킨키가 참 괜찮았다. 기일 듯 아닐 듯 아이돌의 경계에 아슬아슬 선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KinKi Kids, 킨키(간사이) 출신 아이들이라는 다소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음악 하나는 정말로 멋졌다. 방송에선 한껏 끼를 펼쳐도 음악 앞에서는 언제나 진지했다. 개.. 2014. 8. 10. 짧고 굵게 딱 한 방. 진리의 배드 투어. 웸블리 배드의 Another Part of Me는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87년 공연엔 리스트에 없었다가 88년 투어부터 세 번째 순서에 배치됐다. 이렇게 멋진 것을! 안 불렀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쉬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마이클잭슨 라이브 중에서도 단연 손꼽힌다. 넘치는 흥으로 무대를 즐기는 세션과, 열정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런 섹시함으로 중무장한 젊은 마이클잭슨. 거기다 전폭적인 관객들까지, 이처럼 멋진 조화가 또 어디 있을까. 개인적으로 CD 버전보다 라이브 버전을 훨씬 좋아한다. 숨소리 하나 몸짓 표정 한 올 버릴 게 없다. 아버님(...) 멋쪙! 2014. 8. 8.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