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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것들, 흘러가는 것들 Y언니와 2년 만에 만났다. 그새 결혼한 언니는 유부녀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으리만치 여전했다. 연남동까지 달려와 준 언니와 태국 요리점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서 정통 파푸아뉴기니 커피란 걸 한 모금 마셨다. 그간 커피에의 미련에 종지부를 찍게 한, 실로 엄청난 맛이었다. 텁텁한 입을 달래기 위해 투썸에 들어가 다디단 케익을 놓고선 바로 수다 삼매경에 올랐다. 끊긴 시간만큼 쌓아뒀던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사이, 어느덧 밖은 눈발이었다. 언니와는 고시반에서 동기로 만났다. 학번도 전공도 생활반경도 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그것'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공통점만 제외하면. 그곳이 아니었다면 서로 얼굴 한 번 보고 졸업하기도 힘들었을 터다. 순전히 목표로 만나고 묶인 관계였지만 계기가 생각나지 .. 2014. 12. 12.
Heal the days 연남동 생활 이틀째다. 한층 다양해진 채널 덕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넘실대는 작은 라디오를 켜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된 일상. 오늘 아침의 선택지는 전현무였다. 위트로 중무장한, 의외로 냉철한 음성이 빠른 템포로 흘러나온다. 샤워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힐 더 월드를 듣다, "김종국 씨가 팝송도 잘 부르네요" 라는 청취자 문자에 너무해~ 혼잣말하며 눈을 살짝 흘기고 웃었다. 공덕동에 있는 마트에 들러 토마토와 현미 등 이것저것 샀다. 매장이 생각보다 좁고 물건이 생각보다 없었다. 별 거 없는데도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운 장거리들을 낑낑 들며 버스에 올라타, 다음번엔 합정동 쪽에 있는 마트엘 들러봐야겠다 생각했다. 알고 보니 공덕동보단 합정동이 이쪽서 훨씬 가까웠다는 건 방에 돌아와서야 안 사실. 참 이 .. 2014. 12. 11.
2014.12.10 PM 09:58 어제는 잠실을 거쳐 남대문, 오늘은 종일 삼청동이었다. 연남동 터로 돌아와 짐 정리를 대충 끝낸 후 바리바리 싸들고 온 라디오부터 켰다. 부산서는 몇 개 나오지 않던 채널이 잔뜩 잡힌다. 이 빠진 듯 듬성듬성하던 라디오가 한층 다채로워졌다. 오미희가 잠시 자리를 비운 행복한 동행을 들으며, 지친 몸에 조금은 걱정하다 오늘은 미리 알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까 꿈음을 기다릴까 고민하다 먼저 온 문자에 뿌듯한 온기를 느낀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듣다 까무룩 잠이나 들어볼까. 내일은 비가 조금 잦으면 생필품부터 사러 나가야겠다. 2014. 12. 10.
노래 셋 새까맣게 밀려오는 수많은 미지들에 때론 설레고 가끔은 두려운 궁금함이 이어지는 날들. 그럼에도 드문 위안이 되어주는 음악에 언제나 감사하고 싶다.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smile - 웃으면, 정말 그럴까요... 2014. 12. 7.
심야 라디오의 여남은 시간 면접 이후부턴 온종일 라디오다. 아침 8시께부터 저녁 8시까지는 으레 틀어놓으니 정확히 반나절이다. 대개 전현무나 당아박으로 시작해 9시가 되면 김동규 아저씨나 김창완 아저씨 목소리를 듣다 11시발 씨네타운으로 오전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으며 최파타나 임백천 아저씨 라디오를 듣고, 2시 즈음이면 한동준 아저씨표 FM POPS로 어깨를 덩실덩실. 왕영은 언니(라 부르고 싶다, 이분은 왠지)나 오발로 오후를 나다가, 해질 즈음이면 저녁을 먹으며 어김없이 배캠을 듣는다. 철수삼촌의 끝인사 무렵 가족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라디오와 함께 한 하루도 저문다. 다들 좀 늦거나 혼자 있게 되면 음악공감이나 클래식 FM, 꿈음 정도 듣는 것 같다. 밤에 라디오를 듣는 일은 많지 않다. 타고난 올빼미족은 아니라 심야 라.. 2014. 12. 5.
어느 저녁 오랜만에 맞은 평범한 저녁이다. 오후께 산 가자미를 다듬어 미역국을 끓이고, 부추를 한 단 사다 국간장과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팍팍 뿌려 무쳤다. 간하지 않고 삶은 검은콩에 브로콜리와 양배추 그리고 생굴까지 내니 고기 하나 없이도 멀끔한 저녁 한 상 태가 난다. 풀밭 바다밭이지만 단촐하고 깔끔해 좋다. 으레 겪었던 속 더부룩함도 없다. 가공식품과 밀가루, 커피와 초콜릿 없인 못 살던 인생을 청산하고자 마음 먹은 지가 나흘 정도 됐다. 매일 아침을 열던 커피우유도, 배가 불러도 때깔에 눈이 돌아가곤 했던 빵도 완전히 끊은 지 아직은 불과 사흘째. 다이어트에 목매달며 끊자 싶을 땐 그렇게도 생각나더니, 목전에 건강을 두니 안 먹어도 이렇게나 살 만하다. 미각의 순간이란 이토록 찰나인 것을. 그 잠깐에의 탐닉에.. 2014. 12. 4.
꿈에 목표가 곧 네 삶이 된다, 라고 꿈속의 아빠는 말씀하셨다. 그러니 크고 높게 가질 일이야, 알았지? 네, 아빠. 언제나 정답인 아빠. 운명처럼 필요한 때 가장 듣고픈 말을 해준 꿈속의 아빠. 설령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냈대도, 나는 아빠를 믿어요. 당연히. 그리고 불안했던 마음에 끊임없는 위로가 되어주는- 어제도 오늘도 감동인 그 사람에게 좋은 소식만을 전해주고 싶다. 어여쁘고 소중한 내 사람들.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열심히 해야지, 그들을 위해서라도. 2014.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