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244 하늘로 날아간 보라색 나비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들은 건 지난달 말이다.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고, 최전선에서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데 여생을 바치며 사셨다. 당시 일본군이 어린 소녀들에 자행한 행위의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내신 분이자, 그들의 잔혹함이 한 사람에게라도 더 가 닿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으셨던 분이기도 했다. 할머니는 전쟁 피해 여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응원을 보태셨고, 당신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나라에 2011년 대지진이 발생하자 그 누구보다 먼저 구호금을 보내신 대인이었다. 나는 먼 발치에서나마 할머니를 뵌 일이 있었다. 정대협에서 주최하는 수요집회에서였다. 20대의 나는 복수전공생이니 어찌 됐든 절반은 역사학도라는 의무감과 함께, 같은 여성으로서 겪.. 2019. 2. 2. 1월이 다 갔다 눈을 뜨자마자 유독 금요일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건 오늘이 1월 31일인 탓이다. 끝과 끝이 동시에 맞물리는 게 아무래도 깔끔하니까. 조금 더 편한 걸, 조금이라도 덜 성가신 걸 지향하는 우리 안의 유전자가 본능적으로 그런 쪽을 더 ‘좋은’ 것으로 인식하니까. 그 본성에 지극히도 충실하게, 나는 오늘이 월말이자 주말이라고 생각해 버렸던 것 같다. 물론 실망감은 이내 찾아왔다. 아, ‘무려’ 하루를 더 건너야 하는구나. 도합 48시간을 버텨야 찾아오는 휴식이라니. 평일을 간신히 견딘 뒤 맞는 이틀의 휴일은 지나치게 짧기만 한데 어째서 평상시의 이틀은 이렇게도 길기만 한 거냐며, 요 며칠 공들여 읽은 아인슈타인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고작 이런 데서 역시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햇수론 공.. 2019. 1. 31. 지치지 말아야지 각오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한숨을 돌렸다. 작은 마음을 감사히 보아주신 진심 덕에 조금은 힘을 얻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덕에 공연하거나 공연하지 않은 생각으로 잔뜩 무거워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러다 최근에 알게 된 공간을 잠시 둘러보았고, 나의 편협함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알량한 내지는 어쭙잖은 알은체로 애써 덮어 왔던 어떤 부족함에 얼굴이 금세 뜨거워졌다. 그 공간에 남은 누군가의 시간의 흔적에 마음이 눅눅해지는 밤. 온기가 있는 글은 가슴에 습도를 채운다. 요즘의 나는, 아니 언제나 그랬지만 무언가를 읽다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다. 마음이 자꾸만 닿아와설까. 진심과 마주한 자리마다 서리가 맺힌다. 좋은 걸까, 변화인 걸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 2019. 1. 30. 잊지 않아야 할 마음들을 위해 매 순간의 틈마다 감사할 것들이 많았다. 마음을 보듬는 사람과 행위들을 만날 때마다 온 힘을 다해 감사하고 싶었는데, 제때 전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지나쳐 왔다. 그 찰나들과 마음들을 잊지 않고자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놓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모든 것들을 최대한 기억하고 언제든 마음을 보태기 위해. - # 어제는 주임님이 도와주신 덕에 며칠을 내심 앓았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 하고 나니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싶다가도, 역시 도움이 없었다면 여태 헤매고 있었겠지 하는 마음에 더 감사해진다. 내 컴퓨터의 문제도 있었지만, 기계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내 안의 ‘기계 한정 소심함’이 발동했던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이런 데서 아직까지 아마추어스러움을 벗지 못한 나. 아직 배워.. 2019. 1. 29.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