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244 무지몽매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안간 낯설다. - 불현듯 사랑이 모호해졌다. 사랑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챙겨주고 싶은 마음? 어떤 형태로든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나를 다른 이들보다 특별하게 아껴주길 바라는 마음? 자꾸만 생각나고 궁금해지는 마음?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에는 진절머리 나도록 정통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생각하려니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랑이 무어냐는 질문의 벽에 가로막힌 나는, 세계에 입성하지 못한 이방인마냥 온종일 그 언저리만 서성이고 있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 타인과 타인이 만나 온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게 가능은 하다는 말인가. 아주 사랑했던 - 혹은 그렇다고 믿었던 - 사람(들)을 떠올린다. 어느 시점에서 뜬금없다시피 솟아올라 강렬한 열기로.. 2019. 5. 12. 이것은 무엇일까 다자이 오사무가 어느 책에선가 썼다. 단편집 속 구절이었던 것도 같다. - 사랑, 이라 쓰고 더는 문장을 쓰지 못했다, - 였던가. 처음 이 한 줄을 읽고서 그만 머리가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내가 그때까지 본 사랑 예찬 중에선 감히 가장 완벽하대도 좋을 것이었다. 아니, 예찬...이라기보단 비탄과 허무와 머뭇거림과...... 사랑을 겪은 누구나 마주했을 그 공백의 크기에 한동안 멍하니 그 문장만 눈에 몇 번이나 새기곤 했다. 그때의 나는 차마 예찬하기엔 지독하게 고약하고 악랄했던 사랑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스스로 말하려니 새삼스럽지만, 어딘지 위태로웠던 시간이었다. 미디어의 사랑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없었기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사랑은 내가 결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자부하고 장담했던 나의 .. 2019. 4. 7. 오로지 그뿐 나쁜 버릇이 도졌다. 공연한 생각으로 또 못난 면을 드러낼 뻔했다. 이따금 남, 혹은 나와는 크게 관계 없는 상황에 천착할 때가 있는데, 괜한 마음으로 산란한 시간을 맞고 후회하는 건 결국 다 내 몫이었다. 그토록 스스로를 고질적으로 괴롭혀 온 버릇이건만, 지친 심신으로 느슨해진 경계를 뚫고 못난 것들이 또 불쑥 고개를 내민 하루였다. 그럴 수 있다. 그런 날도 있다. 단지 그뿐이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나를 챙기신 마음들에 더 집중할 일이다. 고작 두어 번 불린 타인보다 두어 시간 새 몇 번이나 불린 내 이름에 담긴 애정에 더 마음을 기울일 일이다. 무심한 듯한 말투 뒤로 얇게 펴발린 걱정과, 차마 모로도 볼 수 없었던 미안함과, 복잡한 마음들을 딛고 기울인 나름의 배려에 눈을 돌릴 일이다. 오로지 .. 2019. 4. 6. 행복을 비는 마음이란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문장을 쓰며 새삼 생각해보았다.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나는 어떤 때 주로 해 왔던지. 못내 아쉽거나 더없이 슬프거나, 여하튼 감정에 제법 습기가 들어찬 때 나는 누군가의 행복을 빌곤 했다. 내 행복을 비는 말들을 며칠에 한 번 꼴로 마주한 날들이 있었다. 이 산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한 길의 문턱에서 몇 번이고 미끄러졌던 시간들이었다. 심장을 졸이며 통지를 기다리던 때, ‘합격’이란 말 대신 만나는 ‘행복’에 심장이 쿵쿵 내려앉았다. 글자들은 자욱을 남길 새도 없이 눈 앞에서 휙휙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나는 대개는 울면서, 때로는 분노하면서 그 문장을 움켜쥐었다. 문장 사이사이를 마치 숨통이라도 된 마냥 틀어쥐면서 그 말들의 진정성을 속으로 몇 번이나 의심하곤 했다... 2019. 3. 2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