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244 첫 장면 - "Che gelida manina(푸치니 <라 보엠> 중)", Luciano Pavarotti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푸치니 오페라 중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 연주. 카라얀과 협연한 공연 중에선 파바로티 단독 버전으로 올라온 게 없다. 아쉬운 딴에나마 녹음된 버전으로. ** 이 곡에 대한 첫 장면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학교 2학년 무렵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10여 년도 더 된 기억이다. 파바로티가 그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명세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때의 내게는 좀 더 묵직한 진파를 가지고 전해진 소식이었다. 우리 아빠가 워낙에 파바로티를 좋아했다. 1970년대 중반, 그러니까 아빠의 청춘 가운데 어느 한때,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파바로티가 내한을 왔던 적이 있었단다. 파바로티의 등장 전이라 하면 일왕이.. 2019. 1. 20. 다만, 충실하기 다만 순간에 충실했을 뿐인데- 라는, 어느 노래 가사였던가 누군가의 합격수기였던가,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억 속 어떤 이의 말이 요즘처럼 와 닿는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나름대로 벼르던 책을 손에 넣고서, 잠시라도 눈을 떼야만 하는 순간이 아까워 걸으면서도 낱장을 넘기던 그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게걸스레 흡입하며 생각했다.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힘인지. 책을 손에 넣자마자 문구점에서 까만 펜 두 자루를 샀다. 어디에 무엇을 조금 더 쓰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더 충실하게 나의 순간들을 끌어안기 위해. 나의 시간들을 마냥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 이 시간들을 언어들로 조금이나마 새겨두기 위해. 언젠가 나의 나날들을 뒤적일 때, 조금이라도 더 충실하게 그 시간들을 떠올리기 위해. 2019. 1. 15. 누구에게나 사랑스러운 것 누구에게나 사랑스러운 것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 있다. 이를테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너털웃음 같은 것. 웃음의 교집합에 딱 들어맞는 무언가를 예상치 못하게 접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함성 같은 경쾌한 웃음, 짓궂게도 해맑은 타인의 웃음- 그런 웃음을 마주할 때면 기쁨의 여러 가지 색채와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이의 너털웃음 앞에선 따라서 깔깔대고, 어떤 이의 그것 앞에선 누군가를 기쁘게 했다는 뿌듯함에 슬쩍 미소도 짓지만, 당신이 터뜨리는 그 웃음과 스치는 순간엔 그만 모든 경계를 놓아버리고 만다. 사랑스러운 당신의 너털웃음을 본 나는 당신 앞에서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를 못 견디게 하는, 더없이 무방비하게 만들어버리는, 누구에게나 사랑스럽지.. 2019. 1. 14. 어쩌다 돼 버린 아침 인생을 곱씹어 보는 점심. 2018. 12. 13.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