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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의 9번 트랙 Thriller 앨범을 어둔 때 듣는 건 잠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좋았어 오늘은 댄스댄스 댄스타임이야! 라며 까만 밤을 불태우려 작정한 젊은 마이클잭슨의 패기가 사방에서 번뜩이는데, 그만 거부할 요량이 없어진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듣다간 달밤에 문워크 체조라도 해야할 판이다. 십여 년 전 깊은 밤, Off The Wall과 다르지 않겠거니 하는 생각에 이 앨범을 재생했다 혼쭐난 적이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잔뜩 솟아오른 신경 마디마디가 가까스로 내려앉으려는 잠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결국 마이클잭슨의 품 큰 양복만큼이나 하얀 밤을 지새우고야 말았다.   그러나 유일하리만치 어둠이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9번 트랙, The Lady in My Life. 로드 템퍼튼 작사작곡에 퀸시존스 프로듀싱. .. 2014. 7. 29.
날개 달린 시인의 연애편지 지금 편지를 받았으나 어쩐지 당신이 내게 준 글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않는 것이 슬픕니다. 당신이 내게 이러한 것을 경험케 하기 벌써 두 번째입니다. 그 한번이 내 시골 있던 때입니다. 이른 말 허면 웃을지 모르나 그간 당신은 내게 커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준 사람입니다. 나는 다시금 잘 알 수가 없어지고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고까지 합니다. 혹 나는 당신 앞에 지나친 신경질이었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점점 당신이 멀어지고 있단 것을 어느날 나는 확실이 알았었고..... 그래서 나는 돌아오는 걸음이 말할 수 없이 허전하고 외로웠습니다. 그야말로 모연한 시욋길을 혼자 걸으면서 나는 별 이유도 까닭도 없이 자꾸 눈물이 쏟아지려고 해서 죽을 뻔 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로 나는 당신에게 긴 편지를.. 2014. 7. 28.
정지용의 서글픈 피리들 일본의 피리라도 빌려서 연습하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피리꾼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랑도 철학도 민중도 국제문제도 피리로 불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당파와 군집, 선언과 결사의 시단은 무섭습니다. 피리. 피리. 피리꾼은 어디서나 언제나 있는 법이지요. - 편집부에 부친 편지에서, 정지용 --- [한겨레] '향수' 시인 정지용 새 작품 발굴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48750.html?_fr=sr1 채플린을 흉내내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다. 모두가 와르르 웃었다.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가지 않아 엉덩이가 허전해졌다. 채플린은 싫어! 화려한 춤이야말로 슬픈 체념. 채플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음침한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 아래 서성이며 진흙과 장.. 2014. 7. 28.
어쩌면 주제 넘는 고민 아직은 아픈 손가락인가 보다. 놓친 본방송을 기어이 찾아보고야 말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선지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자기반성과 변화는 필요한 때니까. 다만 방송이 꿈꾸는 '언론의 민낯'엔 아무래도 동의할 수가 없었다. 언론의 민낯이 뭐길래? 정의라는 열쇠를 빌려 무단침입을 일삼는 특권의식? 물먹기 싫은 자신은 숨기고 데스크 탓부터 하고보는 위선적인 면죄부? 언론의 민낯이 아름다울 거란 생각이야말로 이젠 벗어버릴 때 아닌가? 환경과 사람이 그대로인 어느새고 그곳의 민낯이 볼 만했던 적이라도 있었나 싶다. 부쩍, 언론이란 플라톤 류의 이데아가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이런저런 미사와 흠결 없는 이론들로 견고하게 구축됐지만 실존여부는 확인되지 않는 천공의 성. 이데아 세계에 세워진 이 튼튼한 성은 .. 2014.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