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244 꾸역꾸역 남기는 일상 저녁을 건너뛰고 모처럼의 조깅을 했다. 닷새 만이었던가. 뛴다고 뛰었는데도 10km 밖에 찍지 못했다. 오랜만의 뜀박질에 아직 몸이 적응을 덜 했나 싶다. 그나마, 어제까지 당기던 종아리는 다행히 말끔해졌다. 어깨가 좀 뭉치긴 했지만. 병원엔 가보지 못했다. 가려움은 조금 나아졌지만, 두드러기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어깨는 아직 까매지지 않았고, 이따금씩 따끔거린다. 내일은 진짜로 병원에 가봐야지. 주말엔 H언니의 결혼식과 친구들과의 숙박파티가 연이어 있다. Y언니와의 만남도 있고. 이 얼굴과 몸으로 갈 순 없으니... 약이라도 빨리 발라야 할 것 같다. 난데없이 허기가 져서, 제주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수제소시지를 데워 먹었다. 입가가 번들번들해질 정도로 기름이 엄청났다. 그게 문.. 2014. 7. 24. 귀향의 밤 부산행 밤 비행기로 돌아왔다. 동서고가로를 피해 신선대 길을 내달리듯 온 덕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적당한 습기와 특유의 짭조름한 바닷내를 머금은 공기. 반사적으로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손끝 발끝의 힘까지 쭈욱 빠져버릴 정도로 온몸이 늘어지는 편안함.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공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노랗고 발간 불빛들 탓인지 하늘은 채 검지 않았다. 점점이 박힌 불빛이 점멸하는 곤빛 밤의 항구가 달리는 차창의 사면을 쫓아왔다. 모처럼의 북항 경치가 반가워서 뜬금없게도 눈물이 났다. 곧 산까지 다닥다닥 이어진 아파트들을 보며, 드디어 부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미학적 요소라곤 전혀 없는 성냥갑 산복주택들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 줄이야. 이게 사람 사는 집이지! 하고, 말도 안 되는 .. 2014. 7. 24. 달을 품은 다랑쉬 자는둥 읽는둥 제주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준비 후 곧장 다랑쉬오름으로 향했다. 기생화산이라곤 해도 해발 381m. 무시할 수 없는 높이다. 간간히 흩날리는 빗방울을 조금 걱정하며, 보기보다 막상 오르니 더 만만찮은 오르막을 묵묵히 올랐다. 말만 없었다 뿐이지 땀으로 범벅이 된 채였다. 정상에 오르니, 여기가 꼭대기요 싶은 기운이 물씬 오른다. 하늘은 여전히 흐린데, 얼핏 공기는 파랗다. 살갗에 간질간질 닿아오는 바람이 좋아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내 공기에선 풀내음이 났다. 드문드문 그림처럼 새겨진 나무와 풀밭의 녹음은 끝이 없었다. 잿빛 아침을 건넌 제주행 비행기의 몽롱한 여독이 발 끝까지 씻기는 청명함. 적잖은 산과 언덕을 올랐지만, 이런 덴 처음이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풀은 누웠다 일어서.. 2014. 7. 24. RIP, Maestro. 불현듯 그가 떠올랐다. 사흘 전 세상을 떠난 마에스트로. 음악도 인생도 거칠 것이 없었던 천운의 지휘자. 마젤은 5~60년대 혜성 같이 등장해, 이른 나이에 뉴욕필을 지배했다. 이 이상 그의 타고난 음악성과 카리스마를 증명할 이력도 더 없을 터다. 그의 인생은 현란한 음악적 성과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평가와 개인적 취향은 차치하고서라도. 생전 그의 음악을 그리 찾아듣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되레 내 타입이 아닐 때가 더 많았다. 특유의 과하다 싶으리만큼 빠른 템포 가운데서도 중량감은 다소 떨어지는 해석이 어딘지 이질스러웠다. 음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담는다기보단 낭창하게 뛰놀도록 내버려두는 느낌이랄까. 어떤 면에서는 약간 가벼운 감도 없잖았다. 무게 있는 곡에서는 영 힘을 못 쓰는 것 같은. .. 2014. 7. 24. 이전 1 ··· 54 55 56 57 58 59 60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