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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52

심야 라디오의 여남은 시간 면접 이후부턴 온종일 라디오다. 아침 8시께부터 저녁 8시까지는 으레 틀어놓으니 정확히 반나절이다. 대개 전현무나 당아박으로 시작해 9시가 되면 김동규 아저씨나 김창완 아저씨 목소리를 듣다 11시발 씨네타운으로 오전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으며 최파타나 임백천 아저씨 라디오를 듣고, 2시 즈음이면 한동준 아저씨표 FM POPS로 어깨를 덩실덩실. 왕영은 언니(라 부르고 싶다, 이분은 왠지)나 오발로 오후를 나다가, 해질 즈음이면 저녁을 먹으며 어김없이 배캠을 듣는다. 철수삼촌의 끝인사 무렵 가족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라디오와 함께 한 하루도 저문다. 다들 좀 늦거나 혼자 있게 되면 음악공감이나 클래식 FM, 꿈음 정도 듣는 것 같다. 밤에 라디오를 듣는 일은 많지 않다. 타고난 올빼미족은 아니라 심야 라.. 2014. 12. 5.
어느 저녁 오랜만에 맞은 평범한 저녁이다. 오후께 산 가자미를 다듬어 미역국을 끓이고, 부추를 한 단 사다 국간장과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팍팍 뿌려 무쳤다. 간하지 않고 삶은 검은콩에 브로콜리와 양배추 그리고 생굴까지 내니 고기 하나 없이도 멀끔한 저녁 한 상 태가 난다. 풀밭 바다밭이지만 단촐하고 깔끔해 좋다. 으레 겪었던 속 더부룩함도 없다. 가공식품과 밀가루, 커피와 초콜릿 없인 못 살던 인생을 청산하고자 마음 먹은 지가 나흘 정도 됐다. 매일 아침을 열던 커피우유도, 배가 불러도 때깔에 눈이 돌아가곤 했던 빵도 완전히 끊은 지 아직은 불과 사흘째. 다이어트에 목매달며 끊자 싶을 땐 그렇게도 생각나더니, 목전에 건강을 두니 안 먹어도 이렇게나 살 만하다. 미각의 순간이란 이토록 찰나인 것을. 그 잠깐에의 탐닉에.. 2014. 12. 4.
무대로 말한다 몇 년 만에 새삼 빠져 보는 Dangerous 무대. 1995년 MTV어워드 특별무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무렵의 마이클잭슨이 요상스럽게도 끌리는 최근이다. 90년대 중반 이후의 그의 모습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건만. 그새 취향이 변한 건지, 다시 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다. 마잭 특유의 순수함에 삶의 섭리를 어느 정도 체득한 중년의 능숙함이 절묘하게도 섞인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무대는 정말이지... 백문이 불여일견! 2014. 10. 13.
잠들기 전 눈에 내려앉는 무게를 문득 느끼니 자정 전이다. 하루를 넘기기 전에 찾아온 잠이라니. 녀석이 제 시각에 와 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수면의 나른한 불길에 노릇하게 익은 의식의 단면을 무의식의 면으로 뒤집으며. 모처럼 제때 맞는 황홀경에 접어들 준비를 한다. 꾸역꾸역 감기는 살점으로 건네는 몽롱한 세계에의 기묘한 인사와, 오랜만에 맞는 기분 좋은 피로감. 201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