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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떨치기 버거워

by 디어샬럿 2018. 10. 1.

사건은 머물러 있다. 사건에 열기를 불어넣는 건 순전히 나의 해석이다. 사건을 모아 이야기를 만드는 이, 이야기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프리즘을 갖다대는 사람은 바로 나. 모든 것이 나,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마음은 도무지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이 자꾸만 사건을 끌어오고 긴 꼬리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사건과 감정을 점착시켜 버리는 마음의 점성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런 날. 마음이 너무 커져서, 이야기에 자꾸만 그림자가 생긴다. 기어이 그늘이 지고야 마는 나의 어떤 이야기들. 나는 여전히 담백하지가 못하구나. 불현듯 질척이는 사건의 잔해들에, 그만 발걸음이 눅눅해지고 마는 어느 가을 저녁. 곱씹는 모든 것들에 습기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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