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6 열차 탑승. 여느때 출근에 비해 조금은 늦었다. 그래도 토요일에 출근하는 회사원 치곤 빠른 편이겠지, 다독임인지 자랑인지 모를 속엣말을 읊조리며 차창에 비친 드문한 얼굴들을 본다. 요맘때면 조금씩 붐비곤 했던 지하철(이라 쓰고 자꾸만 ‘도시철도’라는 글자에 미련을 두게 되는 건 직업병인 듯)도 오늘은 영 한산하다. 고즈넉한 여유랄까, 넉넉한 아침이 늘어진 이 땅 밑의 공간을 열심히 지나고 있는 나의 주말 출근길. 주말 ‘이 시각’에 회사를 나가는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괜찮다. 외려 집에서 늘어지다 꾸역꾸역 오후 즈음 되어 나가던 길보다 이 편이 더 좋은 듯도 하고. 일이 일찍 끝나면 교보에 들러 신간도 좀 보고, 미세먼지가 좀 걷히면 신나게 달려야지.

키마 카길이 쓴 <과식의 심리학>을 읽고 있다. 가볍게 보려 샀는데 생각보다 눈이 머물게 된다. ‘과식’을 촉진하는 사회적 매커니즘을 제법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개중 상당수가 인용이긴 하지만, 이만해도 어딘가 싶다. 오랜만에 만나는, 내 대학 시절을 가득 채웠던 학자들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출퇴근길에 힘을 얻게 된다. 내게 이런 시간이 있었다는 것, 오로지 알고 싶어 이 사람들을 탐욕적으로 채웠던 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내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시공이 있다는 것 - 생명의 근원 같은 시간이 내게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주말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으로 보냈다. 너끈한 날들을 나기엔 역시 오스틴 소설이 최고다. 게다가 이번 것은 뭐랄까, 좀 더 ‘어른의 사랑’ 같은 느낌이라 한층 감정이입도 됐던 것 같다. 나는 앤의 입장일까, 아니면 프레더릭 웬트워스 쪽일까. 그때의 그 사람은 어느 편에 가까울까. 이제는 아예 무던해진 듯도 한, 내 시간의 틈에 머문 어떤 사람을 떠올렸다. 잘 지내죠? 한때는 미웠지만 이제는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 항상 행복하길. ‘행복’이란 말 이상으로 행복하길. 오빠가 진심을 다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쓰다 보니 알겠다, 나는 앤이로구나.

오늘 내 손을 거친 그것 역시 많은 이들이 아껴주기를. 문득 짜증 같은 것이 솟구치다가도, 그 어린 친구를 생각하면 한 번 더 참게 된다. 성급한 감정으로 그르치지 말 것. 심호흡 한 번 하고, 잘 어르고 달래야지. 오늘도 이렇게 배운다. 오늘의 의미를 놓치지 말며, 틈새마다 이 순간들을 새겨야지. 제법 괜찮은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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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 마음에 조금 미안했다. 하필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그 사람을 오롯이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 너그러워지게 된다. 이유를 묻는다 한들 그 역시 마뜩한 대답은 하지 못할 터이다. 사람이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기분 - 이라 쓰고 심보라 읽는다 - 을 늘 짊어지고 산다. 어쩌면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내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지도 모른다. 요는, 같은 상황에서 - 라곤 하지만 나 같으면 그 상황에서 절대 그런 말은 안 했을 거다 -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된다면 나 역시도 이성적으로 대답해줄 순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좀 잔잔해졌다.

과분한 말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가 그 정도의 말까지 들어도 되는 걸까, 너무 감사한 와중에 낯이 뜨거워졌다. 조금은 부끄러웠다. 가까스로 도달한 것뿐이라,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긴장해버린 터라 아쉬움이 짙다. 그럼에도 감사하다. 온 마음으로 감사하고픈 사람과 순간들이다. 빠짐없이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더 감사하게 된다. 못 견디게 고마운 것도, 놓으려니 정이 들어버린 것도 조금씩 쌓여간다. 이제야 나의 온기가 스미기 시작한 시공이, 행여나 권태의 흔적이 돼 버리지 않게 긴장을 놓지 말 것. 일상의 틈을 마주할 때마다 감사하고, 따뜻한 시선 한 쪽 말 한 마디에 은혜를 되새기며, 닥쳐올 모든 가능성에 겸허하고 겸손해야지. 나의 지평에 남은 작은 발자국에도 감사하고 미미한 온기조차도 사랑해야지. 미워하기엔 감사한 것들이 너무 많다.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들이니, 사랑함으로써 이겨버릴 테다.


그나저나 고작 이 공간에 쓰는 일기조차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니, 그건 조금 슬프다.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늘어가는 걸까. 구태여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쌓이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렇지 않게 남겼던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튀어 원치 않았던 동정으로 되받게 되니 - 오랜 망설임 끝에 하나씩 암호를 더 만들어 가야겠단 데 생각이 닿았다. 내가 편히 믿고 남기는 글일지언정 내가 허락하지 않은 말이 공유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공유하는 이가 이렇게나 많다니, 새삼 놀라 글 한 자에도 몇 번이고 생각이 머물렀던 며칠이었다. 한동안은 나만 알아볼 수 있게 써야지. 굳이 친절할 필요가 없는, 나만 아는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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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로 인한 것이라 생각했다. 곱씹을수록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나를 배제한 채 돌아가는 그 모든 것들이

정말 싫다.
정 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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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휴일출근에 야근이다. 바짝 독하게 달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조금씩 미리 준비했다면 달랐을까 싶다가도, 결국은 또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한결 편안해진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고. 기왕 접어든 국면이라면 기쁘게 맞닥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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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쪘다. 봄도 온 데다 불편하기까지 하다. 미세먼지가 심해 홧김에 헬스장엘 등록했는데, 하루 나갔던가... 아직은 조깅만큼의 희열을 근력운동에서 찾질 못하고 있다. 게다가 퇴근 이후에나 뭘 좀 할 수 있으니... 회사 다니면서 운동한다는 게 정말 쉽지가 않은 일이구나 싶다. 백수일 땐 몰랐던, 미처 이해하지 못했고 알 리도 없었던 질감이 다른 피로감에 저녁이면 넉다운 되곤 한다. 그래도 조금씩 이 생활에서도 틈을 찾아나가야지. 이 촘촘한 초끈들을 휘감은 어느 시간의 집합엔 분명 휴식의 차원도 존재할 테다. 아직은 찾지 못한, 내 시야에 들어오지 못한 그 미세한 끈을, 딱 4월 중순께부터 찾아볼까 싶다. 한 숨 돌릴 수 있겠지, 그때부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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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이를 꿈에서 만난 날엔 피곤해도 자꾸 웃음이 난다. 연이어 몽중을 찾은 사랑스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한 주를 견뎠다. 어찌 지내나요, 연락을 해볼까 해도 만남의 기약이 없어 이내 폰을 내려놓고 마는, 언제나 궁금하고 언제나 미안한 사람. 나도 이만치나 흘러 흘러와, 이제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의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실한 것이었는지 이 시간을 다 건너와서야 느끼며, 그때의 당신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도닥여주고픈 찰나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조밀한 나날들에서도, 주말 아침 간만의 일상 포스팅에서마저 이따금 생각이 나는... 그때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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