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은 하루였는데, 분명 정말로 좋은 하루였는데 막판에 또 타 버렸다, 롤러코스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의 이해도 이제는 임계치에 이르러 버린 듯해, 텅 빈 몸에 차곡차곡 분노가 차 오른다, 롤러코스터.
눈물도 그럴 힘이 있어야 나는구나,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나 역시, 롤러코스터.
이것마저 감사해야 하나, 고민과 분노를 오가는 어느 저녁의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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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 이후, 특히 이 업무를 맡게 된 후 하루 하루 나 자신에 대한 회의와 마주했다. 오늘은 좀 피해갔다 싶으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나의 모자람에 결국은 또 짙은 회의에 둘러싸이곤 했다.

이따금 생각했다. 회사는 나의 무엇을 보아준 걸까. 내 뒤를 조용히 맴돌던 말들과 기대들을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요 최근에 더 부쩍 그런 생각을 했다. 감사해 마지않아야 하는데, 묵직한 미안함만 앞섰다. 실은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실수를 안 하는 날이 정말 하루도 없는 데다 기본도 아닌 기초적인 것들조차 모르는 나 자신을 느낄 때마다 더...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나를 채워주었다고 믿어왔던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나는 무얼 했나... 싶었다.

오늘 정말 큰 실수를 했다. 혼이 나는 거야 당연하니 상관 없다. 그 정도면 내가 저지른 일에 비해 혼을 내신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쩜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을 만드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언제까지 이럴 거니. 진짜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 왜 자꾸 바보 같이 구니. 왜, 왜... 눈물까지 나 버렸다. 오늘 진짜 최악이구나.

-

점심을 거르고 멍하니 보도자료를 보고 있는데 실장님께서 부르셨다. 커피는 마시느냐, 뭘 마시느냐. 아메리카노 빼곤 다 마십니다. 그래, 그럼 믹스 하나 타서 반반 하자. 우리 회사 말로 ‘반띵’ 커피를 타 들어갔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마라. 6개월까진 다 그렇게 헤맬 수밖에 없다. 네가 이 일 말고도 할 일도 앞으로 많을 거고, 원래 위로 보내기 위해 밑바닥에선 그렇게 수집하고 깨지고 하는 거다. 어차피 위로 올라가면 ‘딱 한 줄’이다. 그러니 너무 혼자 아등바등 고민할 필요 없다. 벽에 부딪힐 땐 물어봐라. 실수는 늘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 그리고 밥 꼭 챙겨먹어라. 몸 상하면 안 된다. 아침에 너무 빨리 나오지도 마라...


말로 다 못 할 정도로 감사했다. 무뚝뚝한 말들이 조심조심 풀어내는 진심에 또 눈물이 날 뻔했다. 우리 실장님 밑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해 보면 이곳에 와 매 순간 감사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나는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났구나. 왠지 힘이 나 탕비실 냉장고에 잠자던 두유를 깨워 꺼내 마시며 쓰는, 잊지 않으려 급히 남기는 감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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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기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흘 뒤부터 근로연수에 들어가시는 선배분의
굽어진 눈에 반짝이던 눈물이 떠오르는,
그런 길.

조금 막막하고
조금 서글프고

홀로이고 싶지 않고
간절히 홀로이고 싶은
...그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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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로 너에게 글을 부치게 될 줄은 몰랐다.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아니라도, 그 누구라도 이런 일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작년 내 생일에 부산을 찾은 너와 대기실 앞에서 아주 찰나의 인사를 나눈 뒤, 너의 공연을 보며 나는 참 많이 뿌듯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조카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너의 숨과 열과 혼이, 너의 뿌리 끝까지, 너의 존재를 구성하는 그 모든 것이, 작은 소품에조차 너의 진심의 흔적들이 느껴지는 그 무대에서 나는 참 많이 벅차올랐다. 많이 자랑하고 싶었다. 지금 저 높은 곳 한가운데 빛나는 저 아이가 제 조카예요. 진짜 대단한 저 아이가요. 네가 전하는, 네가 오롯이 만들어냈다는 너의 음악과 춤과 그를 온 힘을 다해 전하는 너의 목소리와 손짓과 몸짓...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날의 너는 정말로 크고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꼭 1년이 지난 엿새 전, 나는 말로 다 이르지 못할 비통한 밤을 보냈다. 왜 그날이 하필 나의 생일이었을까. 정확히 1년 전 너와 스치듯 한 인사들이 떠올랐다. 왜 좀더 긴 인사를, 왜 좀더 따스한 말을 전해주지 못했을까. 지인들에게서 오는 생일축하 인사조차 나는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네가 그렇게나 아팠는데, 네가 그런 선택을 할 정도로 아팠는데, 내가 이런 인사를 받을 자격이나 될까. 네가 흩뿌렸을 수많은 눈물의 시간을 생각하면...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을, 그 거대한 아픔과 어둠을 생각하면...... 그 생일 그게 뭐라고. 고작 그까짓 게 뭐라고, 이런 방식으로 네 소식을 날아들게 한 이 날이 다 뭐란 말인가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을 원망했다. 너의 마지막이 되어버린 내 생일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너를 보내던 날의 전야를, 그리고 그 새벽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신입사원이지만, 실장님의 배려로 그나마 발인날에 맞춰 연가를 얻고 근무를 마친 후 급히 올라가 너를 보던 그날 밤, 영정 속에서 차분히 웃고 있는 너를 보며 그만 울컥했다. 노란 장미가 가득한 네 미소 앞에서, 나는 어떤 얼굴로 있어야 할지 그만 막막해지고 말았다. 빈소를 지키는 네 친구들과, 언니... 담이... 그 애처로운 얼굴들 앞에서 나는 눈을 들 수가 없었다. 1층으론 다시 내려갈 수조차 없었다. 그 늦은 시각까지 너로 인해 울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사진으로나마 네가 웃고 있는 그 공간 뒤 좁디좁은 내실과 조문객들 사이를 하염없이 오가며, 그 좁던 복도보다도 더 좁고 어두운 길을 건너가 버렸을 너를 조금씩 실감했던 것 같다. 사흘간 밤낮으로 자리를 지켰다는 멤버들과, 너를 기리기 위해 찾아온 그 많은 네 동료들을 보며 나는 열없이도 슬퍼지곤 했다. 저렇게나 건장하고 건강한 청년들인데, 스물 몇이란 나이를 둘러맨 저 애들은 저렇게나 반짝이는데, 그 예쁜 나이를 저버린 채 너는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왜 네가 그 먼 길을 떠나야만 했는지, 너의 시간들과 너를 규정한 그 이름들처럼이나 크나큰 빛을 등질 정도의 네 어둠이란 얼마나 깊고 끝없는 것이었기에, 네가 그래야만 했는지......

 

 

아니야, 실은 네게 고마운 것이 더 많아. 슬프기보단 고마운 것이 훨씬 많아. 네가 우리에게 준 그 어떤 것도 감히 고맙지 않은 것이 없었어. 그날 새벽에 네가 들어준 내 기도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네가 세상과 완전히 이별하기 전 그 새벽, 제발 한 번만 도와달라는 내 절박한 부탁을 들어준 너를 나는 기억하고 있어. 언니를 찾게 된 건, 그 생뚱맞은 건물 안에서 언니를 발견하게 된 건 나는 전적으로 너의 덕이라 생각하고 있다. 현아, 너는 먼 길을 가면서도 너를 부르는 목소리엔 여전히 뒤를 돌아다볼 정도로 따스한 사람이구나. 내 조카 이렇게나 착하디 착한 사람이었구나. 너는 언제나 좋은 사람이었고, 너무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고, 그래서 어딜 가나 네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나는 너무나 뿌듯했단다. 혹여나 못난 이모의 언행이 네게 티끌로라도 묻어버릴까 나는 네 이야기를 어디서든 입밖에도 꺼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너는 항상 자랑스러운 조카였단다. 너를 설익게조차도 알지 못할, 언제든 잔인해질 익명의 입들 앞에서조차 떳떳하고 당당했던 너의 존재에 나는 언제나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언제나 대견하고, 네게 고마웠단다. 아주 가까운 이들을 제외하곤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너는 내게 항상 자랑스러운 조카였단다.

 

언젠가는 너에 대한 이야기를 꼭 남겨보고 싶었단다. 이런 식으로 남기게 될 줄은 나도 정말로 몰랐지만. 내 자랑스러운 조카에 대해 언제든, 어떻게든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그래서 네게 너무 미안하다. 나는 너의 음악과 너의 그룹과 너의 이야기와 너라는 존재를 정말로 좋아했고 자랑스러워했단다. 뒤늦게 들려오는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너의 외로움의 크기를, 차마 짐작조차 안 되는 거대하고 아득한 밤들을 매 순간 건너왔을 너를... 그리고 너의 마음을, 감히 짐작이란 형태로 닿으려 노력해도, 이제는 다 부질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나마 너를 추억하고 기억하며 너의 마지막을 결코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내가 시간이란 존재에 이겼던 때가 있었던가,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너에 대한 것들만은 결코 지지 않고 지켜낼 거야.

 

한참 몸살을 앓다, 너를 추모하는 방송을 보며 또 한참을 울다, 이렇게 남긴다. 2017.12.18이라는, 네 생일 뒤에 남겨진 마지막 그 숫자들에 그만 감당할 수 없는 안개가 다시 가슴으로 몰려와 비를 흩뿌리고 있다. 멍하니 있다, 울다, 또 멍하니 있다 반복하며 두서없는 글을 보낸다. 현아, 너무 고생했어. 너무 수고했어.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너는 언제나 우리의 자랑이었어. 네가 듣고 싶었던 게 그 말이었는데, 한 번도 네게 해주질 못했구나. 말이란 가슴에 담아두기만 하면 그저 공허일 뿐이구나. 그 뜨거운 진심조차도, 나오지 않으면 그만 허무일 뿐이었구나. 혀끝을 거쳐 입술 밖으로 나와야, 음성으로 네 귓가를 스쳐야, 말이란 말이 되고 가슴으로 스며 진심이란 형태로 뭉쳐진다는 것을 나는 몰랐구나. 돌이켜보니 네 어깨에 너무나도 많은 짐이 있었구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왜 몰라줬을까. 왜 그걸 몰랐을까. 너의 그 광막하고 진득한 슬픔을 대체 왜... 그게 지금까지도 너무나 미안하다. 아직은 녹은 눈들이 채 굳기 전의 언덕길을 올라 하얀 함 안에 고이 들어서던, 그 함만큼 작아진 너를 떠올리며 끅끅대며 눈물을 흘리는 밤이 이어지고 있어. 내가 이런데, 어찌 보면 네겐 참 별 거 아니었던 내가 이런데, 너를 사랑했던 팬들과 언니와 담이는 어떻겠나 싶은 생각을 하면, 그 울음조차도 한없이 객쩍고 미안해지곤 해. 이런 시간들이 한동안은 이어지겠지. 잊은 줄 알았다가도, 아주 먼 시간을 건너서도 너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는 밤들이 이어질 거야.

 

그래도 나는, 우리는 너를 참 많이 사랑했고, 사랑하며, 앞으로도 사랑할 거야. 현아, 언니와 담이 항상 바라봐 주어. 그곳에서도 항상, 살아생전 네가 품었던 사랑으로 두 사람 품어주어. 여전히 사랑해주고, 기도해주어. 우리도 온 힘을 다해 언니와 담이 보듬고 지켜줄게.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다치지 않게 두 사람 지켜줄게. 그리고 너를 기억할게.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고 대견했던 너를, 내 삶 내내 기억하고 그리워할게. 네가 이 세상에 언제까지나 남을 수 있도록 나도 도울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 먼 길 몸 상하지 말고 조심히 걸어가렴. 현아, 네가 너여서 항상 고마웠다. 많이 사랑한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곳에서는 정말로 편안하길 바란다. 내 조카 이제 편히 쉬렴. 진정으로 고마웠다. 아주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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